"역사에 남는 1패를 내줄 순 없다. 오늘만큼은 우리가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다."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 거스 포옛 감독이 이끄는 전북 현대와의 2025 K리그1 개막전을 앞둔 김천 상무 정정용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기세가 대단한 전북이었다. 유럽에서 명성을 날렸던 포옛 감독 체제로 전환한 뒤 치른 포트FC(태국)와의 2024~2025 아시아챔피언스리그2(ACL2) 16강 1차전을 4대0 대승으로 장식하며 '닥공 부활'을 알렸다. 빌드업을 통한 볼 점유 우세 속에 쉴새 없이 이어지는 전진패스로 혼을 빼놓는 축구를 선보였다. 지난해 10위로 승강 플레이오프로 기사회생했던 모습은 오간 데 없었다.
정 감독은 ""좋은 감독이 상대팀에 왔다. 한국 축구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포옛 감독 데뷔전 승리라는) 역사에 남는 1패를 내줄 순 없다. 오늘만큼은 우리가 그 자리에 있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전북의 '닥공'을 두고도 "대응책을 나름대로 준비했다. 관건은 결정력"이라고 눈을 빛냈다.
포트FC전을 치르고 귀국한 지 사흘 만에 다시 피치에 선 전북도 걱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피로감이 남아 있다. 에너지가 필요할 것 같아 선발 라인업에 조금 변화를 줬다"는 포옛 감독은 "나보다는 선수들이 김천의 스타일에 대해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도록 주문했다"고 밝혔다.
김천은 강력한 전방 압박을 통해 전북의 닥공 차단에 주력했다. 포트FC전에서 4골에 모두 관여했던 원톱 안드레아 콤파뇨를 철저하게 마크했다. 전북 수비진이 범한 한 번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이동경의 크로스에 이은 유강현의 오른발슛으로 선제골을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승리는 전북의 몫이었다. 전반 50분 문전 혼전 중 흘러나온 공을 박진섭이 오른발로 밀어넣으며 균형을 맞췄다. 이후 우세한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느슨해진 김천의 압박을 공략한 전북은 결국 후반 35분 전진우의 헤더 역전골에 힘입어 2대1 승리로 개막전에서 승점 3점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날도 전북은 볼 점유와 빌드업뿐만 아니라 전진 패스를 바탕으로 줄기차게 공격을 시도했다. 지난해 문전에서 제대로 마무리가 이뤄지지 않는 답답한 축구 속에 느린 수비에 발목 잡히던 모습과는 딴판. 수비에서도 공격시 백3, 수비시 백4 등 자연스럽게 변화를 주면서 효율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과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원톱이 고립되면 측면 활용에 치중하는 면이 두드러졌고, 간격이나 상대 진영 공간 활용에서도 미숙한 면이 드러났다. 정 감독은 경기 후 "포옛 감독 부임 후 전북이 좋아진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전술적으로는 심플하게 선 굵은 축구를 한다. 결과를 도출하는 데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포옛 감독은 "승리했지만 힘든 승부였다. 앞으로 치를 경기 양상에 대한 교훈도 얻었다"며 "공수 양면으로 전환이 정말 빠른 리그다. 앞으로 경기를 치르면서 상대가 쉽게 전환하지 못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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