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나는 왜 없는 힘까지 끌어다 던지나, 이 생각이 들면서부터..."
의젓하고 씩씩했다. 열심히 한 5선발 경쟁에서 탈락 통보를 들었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라며 마음을 다잡는 모습에서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곧 찾아올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줬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진 얘기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외국인 투수 2명에 박세웅, 김진욱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일찌감치 완성했다. 남은 건 5선발. 나균안이 절치부심 준비하는 가운데, 지난 시즌 막판 가능성을 보였던 박진이 스프링캠프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시범경기를 치르며 5선발은 나균안이라고 못을 박았다. 박진이 못 했다는 게 아니라, 그래도 기존 선발로 역할을 하던 선수에게 우선권이 가는 게 맞다는 판단에서였다.
박진은 선발 탈락 소식을 듣고도, 13일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로 나서 3이닝 무실점으로 씩씩한 투구를 했다. 그럼에도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박진은 "결과만 보면 만족할 수 있었겠지만, 가운데 몰리거나 반대 투구가 되는 공들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고 성숙한 자세를 보였다.
나름 열심히, 잘 했지만 5선발 탈락. 선수 입장에서는 속상하지 않을까.
박진은 "아쉽기는 하다"고 말하며 속내를 다 숨기지는 못했다. 그러면서도 "선발 경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다. 지금처럼 계속 열심히 준비하면, 기회는 또 올 거라 믿는다. 그 때 잘 해서 그 기회를 잡으면 된다"고 씩씩하게 얘기했다.
그래도 캠프 MVP였으니 사람인 이상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 박진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에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열심히만 하자고 마음을 다 잡았다"고 말했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19년 입단 후 이름을 전혀 알리지 못했다. 신인 시즌 2경기 뛰고, 2023 시즌 4경기 던진 게 1군 기록의 전부였다. 그러다 지난 시즌 무려 38경기를 소화했다. 지난해 막판 대체 선발로 들어가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대투수' 양현종에 판정승을 거두며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박진은 "작년 스프링캠프 때 일본 지바롯데와 교류전을 했다. 그 때 일본 투수들이 던지는 걸 유심히 봤다. 거기서 깨달음이 있었다. 그 깨달음으로 한 시즌 운동을 하니 후반기에 나도 모르게 좋아지더라. 그리고 지난 시즌 후 구단에서 도쿄에 트레이닝 센터에 보내주셔서, 거기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캠프에 참가하니 조금 더 좋아졌던 것 같다"고 기량 발전의 원동력을 소개했다.
일본 투수들을 보고 깨달은 점에 대한 설명을 더 부탁하자 "그 전까지는 힘으로만 던지려 했던 것 같다. 일본 투수들은 자기가 가진 능력치, 딱 그것만 이용해 최대를 뽑아내는 투구를 하더라.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내 자신을 믿고 결과를 내보자고 생각했다. 일본 선수들은 밸런스를 가장 중시 여기는데 나는 왜 없는 힘까지 끌어와 던져야 하나라는 생각에 눈이 번뜩 틔였다"고 소개했다.
당장 선발은 아니지만 이대로 간다면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났을 때 '1순위'로 호출을 받을 수 있는 신분이 됐다. 김 감독도 그만큼 박진에 대한 신뢰를 키웠다. 박진은 "감독님 머릿 속에 내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하며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만 생각하며 어디서든 열심히 준비하고 있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부산=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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