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남자농구 울산 현대모비스는 최근 큰 위기를 딛고 한숨 돌렸다. 지난 18일 부산 KCC전에서 79대77로 승리하며 2위 창원 LG(28승17패)에 반 게임 차이로 따라붙었다. 앞서 보기 드문 충격 연패를 당했다. 14일 LG전에서 아셈 마레이(LG)에게 버저비터를 얻어맞으며 81대84로 패했고, 16일 KCC전에서는 올 시즌 팀 최다 점수차(26점) 패배(76대102)를 했다. 버저비터와 20점 이상 점수차는 한 시즌에 흔한 일이다. '충격패' 수식어가 따라붙은 이유는 경기 내용에서 터무니 없는 턴오버와 무기력증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가라앉은 팀 분위기, 2위 경쟁에서 밀려날 줄 알았는데 이번 KCC와의 리턴매치에서 기사회생했다. 숨은 비결이 있었다. 이우석을 다시 일으킨 조동현 감독과 되살아난 숀 롱이다.
이우석은 충격 연패 과정에서 심한 자책감에 빠졌다. 결정적 턴오버가 이우석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에서 최고의 에이스로 꼽히는 이우석이었기에 코칭스태프와 팬들이 받은 충격도 컸다.
조 감독은 이우석이 충격패 하는 동안 흔히 말하는 '멘붕(멘털 붕괴)'에 빠진 것 같았다면서 그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일화를 들려줬다. "경기 중 벤치에서 의기소침해 있는 이우석에게 '괜찮아 고개 들어'라고 소리쳤는데,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그냥 앉아만 있더라. 나중에 물어봤더니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팀의 주장을 맡았지만 성격상 강한 카리스마를 보이는 이우석은 아니었다. 이런 성향을 잘 아는 조 감독은 2연패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KCC와의 리턴매치를 앞둔 17일 그와 면담했다. 젊은 선수들은 길게 잔소리 하는 걸 싫어하지만, 이우석의 입장을 최대한 많이 들어주기 위해 일부러 오랜 시간을 할애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 경기 외적으로 다른 이유가 있던 건 아니고, 자신의 실수와 주변 이야기에 따른 부담을 빨리 떨쳐내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된 조 감독은 보듬어 줄 수밖에 없었다. "선수생활을 하다 보면 이보다 더 힘든 슬럼프가 올 수도 있다. 그냥 빨리 잊어버리자."
여기에 조 감독은 최근 허리 통증을 핑계로 경기에 전념하지 못했던 숀 롱에게 18일 경기에 일부러 많은 출전시간을 준다고 예고했다. 게이지 프림과 주로 20분씩 분담했지만 숀 롱이 아픈 동안 프림이 무리를 했고, 숀 롱 스스로 아프지 않다며 자신감을 보이니 책임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모두 적중했다. 이우석은 지난 KCC전에서 팀 내 가장 많은 9개 리바운드를 비롯해 11득점, 3어시스트, 2가로채기로 트라우마에서 탈출했고, 숀 롱은 25분26초 동안 24득점으로 일등공신이 됐다. 이우석은 "'내가 더 큰 선수가 되려고 이런 시련이 닥치나 보다'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고 말했다. 숀 롱은 "난 출전시간이 더 많으면 잘 풀리는 스타일이다. 현대모비스 농구에 대한 적응이 완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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