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이토록 미쳐버린 박은빈이라니.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 연기를 보는 내내 신이 난다.
박은빈은 19일 첫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김선희 극본, 김정현 연출)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면서 확실한 연기변신을 선보였다.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의 드라마. 박은빈은 존경하던 스승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진 쉐도우 닥터 닥터 '정세옥' 역을 맡았다.
정세옥이라는 인물은 그동안 박은빈이 보여주지 못했던 얼굴을 보여줄 수 있도록 풀어주는 독보적 캐릭터다. 거침없이 스승의 목을 조르는가 하면, 자신이 얻고 싶은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는 인물. 설령 그것이 살인일지라도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면 가차없이 없애버린다. 인물 설명만 두고 보면 이 얼마나 미친 캐릭터인가 싶을 정도로 당혹스러운데, 이 역할을 또 바른 이미지의 상징인 박은빈이 해낸다고 하니까 더 당혹스럽다. 이에 이 작품을 접하기 전에는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박은빈과 정세옥의 매치가 어렵지만, 1회만 감상하고 나면 '박은빈=정세옥'이 되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주 '미친' 눈빛에 연기력을 보여주기 때문.
마음껏 악을 지르고 마음껏 극악무도한 짓까지 저지르는 박은빈의 활약은 확실히 '하이퍼나이프'를 보는 재미를 준다. 박은빈은 남에 대한 불쾌감이나 일반적인 인물들과의 감정 차이, 분노 조절 장애에 가까운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점차 자신에 대한 선입견을 확실하게 지워나갔다. 여기에 뇌와 수술에 대한 열망이나 날선 충동 본능 등 정세옥이 보여주는 행동들에 설득력을 부여한 것도 박은빈이 가진 확실한 장기.
박은빈은 세밀한 감정 표현에 행동까지 완전히 평소의 자신과 다르게 만들어내면서 한계를 넘어선 또 다른 자신을 만나는 중이다. 특히 거친 행동에 껄렁이는 발걸음이 박은빈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속단한 이들을 반성하게 만들면서 또 다른 독보적인 길을 개척했다. 이에 극 속에서 이제는 박은빈이 연기하는 정세옥이 어떤 미친짓을 하게 될지를 더 기대하며 보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하이퍼나이프'는 이야기 측면에서는 불친절한 작품. 정세옥과 최덕희(설경구)가 서로에게 날이 서 있는 이유를 친절하게 밝혀주지 않고, 정세옥이 왜 미친 행동을 반복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이 속도전으로 치닫는 작품이다. 첫 두 회차에서는 쉐도우 닥터로 살고 있는 정세옥의 앞에 나타난 옛 스승 최덕희의 이야기가 그려졌고, 뒤틀린 사제지간의 과거를 조금씩 풀면서 궁금증만 자극했다. 이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박은빈의 연기. 이 이야기의 끝이 어디로 다다를지 감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시작부터 몰아치는 박은빈의 연기를 따라가다 보면 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퍼나이프'는 매주 수요일 디즈니+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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