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부담스럽기도 한데, 내가 (길) 잘 열어야…." 박정은 부산 BNK 감독의 이름 앞엔 각종 타이틀이 붙어있다. 선수 시절 '명품 포워드'로 불리며 WKBL은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농구 선수로 이름을 떨쳤다.
그는 WKBL 최초 정규리그 3점슛 1000개를 달성했다. 베스트5 9회, 득점상 3회, 스틸상 2회 등 각종 상을 쓸어 담았다. 또 선수 시절 플레이오프(PO) 53경기, 챔피언결정전 54경기를 소화했다. 두 부문 모두 최다 출전 1위 기록이다. 그는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5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맹위를 떨쳤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 진출은 한국 여자 농구의 찬란한 역사다.
박 감독은 은퇴 뒤 코치와 행정가 등으로 경험을 쌓았다. 2021년부터 '고향 팀'인 BNK를 이끌었다. 그는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각종 기록을 작성했다. WKBL 여성 사령탑 기록을 줄줄이 써 내려갔다. 여자 감독 최초 PO 진출, PO 승리, 챔프전 진출 등을 이뤄냈다.
그의 도전은 2024~2025시즌 정점을 찍었다. 부산 BNK는 20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과의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55대54로 승리했다. BNK는 3연승을 달리며 시리즈 전적 3승을 기록, 창단 첫 정상에 올랐다. 2019년 창단한 BNK는 2022~2023시즌 처음으로 챔프전 무대를 밟았다. 당시엔 우리은행에 3패하며 준우승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은 BNK는 왕좌에 오르며 환호했다.
박 감독은 이번 우승을 통해 또 새 역사를 작성했다. 그는 WKBL 여성 사령탑 첫 챔프전 승리는 물론, 우승이란 대기록을 썼다. 그동안 몇몇 여성 지도자가 WKBL 무대에서 경쟁했지만,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여자축구(WK리그)에선 과거 김은숙 감독이 인천 현대제철을 이끌고 우승한 경험이 있다. 여자배구에선 박미희 당시 흥국생명 감독이 여성 지도자 최초 통합 우승을 일군 바 있다.
박 감독이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되기까진 남모를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다. 매 경기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는 "BNK에 와서 '여성 사령탑 첫 PO 진출, PO 첫 승' 등 이런 걸 많이 했다. 그런 타이틀이 계속 붙으니 부담스럽기도 했다. 감사하기도 하다"며 "내가 (길을) 잘 열어야 후배들도 그렇고 많은 여성 지도자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감사하다. 이 자리에서 이렇게 할 수 있게 된 상황도 정말 감사하다. 책임감을 갖고 하고 있다. 정말 많은 분이 도와주고, 걱정도 해준다. 조언도 많이 해준다. 도와주는 분이 많으니 내가 열심히 발전해 나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우승 뒤 박 감독은 "선수 때도 우승을 5번 정도 했는데, 그게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이번이 더 의미가 깊은 것 같다. 내가 뛰어서 우승하는 것보다 선수들이 뛰어서 우승하는 느낌이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것 같다. 내가 선수 복이 많아서 이렇게 된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그는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하는 최초의 역사를 열었다. 박 감독은 삼성생명의 간판 포워드로 맹활약하며 5차례(1998년 여름, 1999년 여름, 2000년 겨울, 2001 겨울, 2006 여름) 우승했다.
"우승이라는 게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여성) 최초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여성 지도자들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보여줄 수 있게 돼 선수들에게 고맙다." WKBL은 '감독 박정은'의 시대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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