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똥구리 영양사' 포나인즈가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으로 대피했다.
최악의 산불 사태가 극에 달하던 지난달 26일, 경북 영양군에 위치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인근까지 화마가 번졌다. 연기가 자욱한 산속에서 센터 직원들은 관리하던 동물과 식물들의 대피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조류는 충남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 본원으로, 어류와 양서류는 경북 울진에 있는 민물고기연구센터에 보내기로 결정됐다. 그러나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 사는 유일한 말(馬) 포나인즈를 맡아줄 곳이 마땅치 않았다. 센터는 퇴역 경주마인 포나인즈가 과거에 지냈던 렛츠런파크 부경에 도움을 요청했다. 마사회는 포나인즈가 대피 기간 동안 안정적인 환경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결정, 이날 말수송차를 보내 포나인즈를 데려왔다. 부경 시절 담당자와 수의사들은 수송 과정에서 놀란 포나인즈를 다독이고 상처를 치료했다.
포나인즈는 2019년까지 렛츠런파크 부산에서 활약하던 경주마였다. 훈련 중 심각한 부상을 한 포나인즈는 국내 최초로 시도된 고난도 정형외과 수술로 부상을 이겨냈지만, 더 이상 경주 출전은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포나인즈가 은퇴 후 지낼 새 보금자리를 찾을 무렵, 국립생태원이 소똥구리 복원 사업에 필요한 말똥을 구하기 위해 애를 먹는다는 것이 알려졌다. 멸종위기종인 소똥구리는 말똥구리라고 불릴 만큼, 말똥도 소똥만큼 잘 먹는다. 그러나 먹이인 똥이 문제였다. 국내에서 사육되는 소똥에는 항생제와 구충제가 들어있어 소똥구리들이 먹지 않는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원들은 소똥구리의 먹이를 찾아 제주도까지 내려가 방목하는 말똥을 찾아 헤맸다. 이런 어려움을 전해 들은 마사회는 마주와 상의 끝에 포나인즈를 국립생태원에 기증했다. 이후 포나인즈는 멸종위기종보호센터에서 소똥구리의 먹이인 말똥을 공급하며 '소똥구리 영양사'로 불렸다. 잘 먹고 잘 배설하며 국립생태원의 소똥구리 수십여 마리를 먹여살렸다.
렛츠런파크 부경 승마랜드에서 안정을 찾고 있는 포나인즈는 특이한 이력과 온순한 성격으로 관람객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부경 관계자는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포나인즈가 새로운 환경에서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세심히 보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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