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참혹했던 실험의 결과.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팀의 주축 김현수, 오지환, 박해민을 모두 제외했다. 홍창기(우익수)-신민재(2루수)-오스틴(지명타자)-문보경(3루수)-박동원(포수)-송찬의(좌익수)-문정빈(1루수)-구본혁(유격수)-최원영(중견수) 순으로 타순을 작성한 것이다.
염 감독은 여러 복합적 이유가 작용한 라인업이라고 밝혔다. 가장 먼저 휴식.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베테랑 선수들은 관리를 해주면 해줄수록 좋다. 주말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와의 첫 '잠실 더비'가 있다.
여기에 기회. 송찬의, 문정빈, 구본혁, 최원영 등 유망주 선수들과의 약속일 지키고 싶었다. 비시즌 하루 1000개씩 방망이를 휘두른 보상은 선발 출전보다 좋은 게 없다.
마지막으로 처음 만나는 상대 선발 로젠버그를 의식한 결과물이기도 했다. LG는 벤자민(전 KT), 헤이수스(KT) 등 특정 좌완 외국인 선수들에게 매우 약했다. 약간 스리쿼터 궤적으로 나오는 로젠버그는 벤자민과 흡사한 스타일.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팀 성적이 좋지 않다면 모를까, LG는 개막 후 10승1패로 '미친 기세'다. 아직 '여유'라는 단어를 꺼내기에는 이르지만, 분명 기대 이상 압도적으로 치고 나간 것도 많다. 키움과 로젠버그를 만만히 보는 게 아니라, 전략적인 판단이었다면 이런 극단의 우타 위주 라인업도 이해하지 못할 작전은 아니었다. 만약, 전략 실패로 한 경기 패한다 해도 이제 2패밖에 안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수들의 기세를 너무 믿었던 걸까.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9이닝 무득점 완봉패. 로젠버그에게 완봉승을 헌납할 뻔 했다. 힘이 빠진 로젠버그가 9회말 신민재와 오스틴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강판되지 않았다면 말이다.
로젠버그는 LG 타선을 상대로 8이닝 동안 삼진 13개를 잡았다. 여기에 선발 전원 삼진 기록도 헌납했다. 선발 전원 삼진은 이번 기록이 KBO 역대 38번째일 정도로 희귀한 기록이다. 9회 로젠버그를 상대로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지만 마무리 주승우 공략에 실패하며 0대4 완패. 어느 누구도 그렇게 잘 나가던 LG가 이런 무기력한 경기를 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올시즌 첫 무득점 경기였다.
공교롭게도 경기 후반 대타로 나온 오지환은 볼넷, 김현수는 안타를 치며 로젠버그를 어렵게 했다. 로젠버그는 경기 후 "상대 주전인 오지환, 김현수가 빠지고 우타자들이 나오는 걸 경기 전부터 체크하고 있었다. 나는 원래 좌타자, 우타자 가리지 않고 공을 던지는 스타일이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