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공이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 '아, 볼이다' 했는데..."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좀처럼 보기 힘든 '풀카운트 투수 교체' 후일담을 들려줬다.
이 감독은 1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졌으면 엄청나게 욕을 먹었을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상황은 이랬다. 1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 6-1로 앞서던 경기. 7회 3점을 줬다. 8회에도 김민수가 윤정빈에게 2루타, 김성윤에게 3루타를 내주며 1점 차까지 쫓겼다.
1점이 문제가 아니었다. 분위기가 동점, 역전으로 흐르고 있었다. 무사 3루. 이재현의 타구가 라인드라이브로 막혔다. KT 입장에서는 천만다행. 김민수는 다음 타자 류지혁을 상대로 풀카운트까지 가는 어려운 승부를 했다.
투수 전문가 이강철 감독이 '싸한' 느낌이 들었던 걸까. 풀카운트에서 갑자기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보통 타자와 상대하는 도중에는 투수 교체를 잘 하지 않는다. 올라오는 투수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민수의 구위와 컨디션을 봤을 때 풀카운트 상황서 공을 밀어넣다 맞을 확률이 크다고 봤다.
도망가는 승부를 하면 역전 주자가 나가게 된다.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 이 감독의 선택은 마무리 박영현 조기 투입이었다.
박영현은 149km 직구를 뿌렸다. 높았다. 하지만 투수만큼 부담스러웠던 류지혁의 방망이가 끌려나왔다. 마무리 박영현의 존재감으로 이겨낸 승리였다.
박영현은 강타자 구자욱까지 범타 처리했다. 그렇게 1점차 리드를 지켰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천금의 세이브를 따냈다.
이 감독은 "소형준의 투구가 너무 아까웠다. 정말 추운 날씨에 94개의 공을 던졌다. 그 전 경기도 7이닝 무실점을 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었다. 소형준을 위해서라도, 팀을 위해서라도 승부를 걸어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 공 하나로 승부가 갈릴 거라고 봤다. 거기서 점수를 주면,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갈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감독인데, 멍 때리고 아무 것도 안 하면 선수들이 납득을 못할 것 같다. 뭐라도 시도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래서 2S만 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3B1S서 상대 타자가 헛스윙을 해주더라. 그래서 바로 박영현을 냈다. 어차피 직구 승부였다. 직구 힘은 박영현이 좋으니, 그걸로 승부를 걸어야 했다. 만약 결과가 안좋아 점수를 주면 바로 박영현을 빼주겠다는 각오로 교체를 했다"고 설명했다.
몸을 풀다 풀카운트에서 등판 지시를 받은 박영현도 당연했다고. 이 감독은 "영현이가 투수 코치에게 '저 지금 나가요?'라고 깜짝 놀라 물었다더라. 상상도 못할 일이긴 하다. KIA에서 투수코치를 할 때 비슷한 경험들이 있었는데, 그 때는 1점차 2B0S, 2B1S 이렇게 더 편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박영현의 공은 높았다. 두면 볼이었다. 하지만 류지혁이 헛스윙을 해 살았다. 이 감독은 "공이 손에서 떠나는 순간 '아, 볼이다' 했다. 그런데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니 타자 눈에 딱 걸리는 높이로 가더라. 운이 좋았다. 만약 실패했으면 욕을 엄청 먹었을 거다. 이겨서 다행이다. 소형준의 마음을 가볍게 해준 것도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광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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