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에서 47살까지 현역 생활을 보내면서 통산 224승을 기록한 좌완투수 출신 구도 기미야스 전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은 투수를 이렇게 분류한다.
"중간계투나 마무리 투수는 구위와 절대적인 결정구가 필요하고, 선발투수의 경우 변화구가 적어도 4가지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런 구도 전 감독의 분류 상 딱 선발투수 스타일인데 오랫동안 릴리프를 맡고 있던 투수가 있다.
키움 히어로즈의 하영민(30)이다. 고졸신인였던 2014년 13차례 선발등판 했는데, 그 후 주로 불펜 투수로 기용됐다. 하영민의 특징은 안정된 제구력과 포크볼, 커터, 커브, 슬라이더 등 네 가지 이상의 구종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영민은 프로 입단 11년 만인 지난해 선발로 전환했다.
28경기 9승 8패 평균자책점 4.37로 선발투수의 역할을 충분히 완수했다. 투구 이닝 150⅓ 이닝. 키움 국내 투수 중 안우진 외에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2019년의 최원태(현 삼성 라이온즈) 이후 5년 만이었다. 하영민은 어떤 방식으로 선발 전환을 했을까.
하영민은 이렇게 회고했다.
"중간은 제 임무라 포커스를 맞춰 계속해 왔는데 군대 갔다와서(2021년10월 소집해제) 문득 선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3년 시즌 종료 후 하영민은 홍원기 감독과의 면담에서 "선발을 맡길테니, 선발투수의 루틴으로 준비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구단 내부에서는 하영민의 스태미너를 걱정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는 한 시즌 동안 별 탈 없이 꾸준하게 선발 자리를 지켰다.
선발투수는 불펜투수와 달리 1주일에 한 번 정도 밖에 출전하지 않는 반면, 체력관리나 전력분석 등 사전 준비에 많은 시간을 쓴다.
그런 긴 시간의 준비 과정 때문에 강한 고집이 생길 수 있는데, 순간적인 유연한 판단도 경기 중 필요할 때가 있다.
4월 4일 NC 다이노스전.
선발투수 하영민은 1회초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타석에는 전날까지 5할 타율의 3번타자 손아섭. 경기 전 전력분석에서 손아섭은 포크볼을 잘 치니까 포크볼은 안 던지는 것으로 전력분석팀과 배터리 사이에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 초구 볼 이후 2구째 손아섭은 포크볼에 크게 헛스윙을 했다.
하영민은 "전력분석 내용도 있지만 포수의 (김)건희가 '형은 포크볼이 좋으니까 한 번 써보자'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점수를 주고 싶지 않았던 상황이라 좌타자한테 제 결정구인 포크볼로 스윙이나 땅볼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카운트 1B1S에서 하영민은 다시 포크볼을 던졌고 손아섭은 또 헛스윙. 1B2S가 됐다. 4구째는 높은 직구 볼. 5구째 또 다시 홈플레이트 근처로 떨어지는 포크볼을 던지자 손아섭은 다시 한번 헛스윙을 했다. 삼진 아웃.
1회 고비를 넘긴 하영민은 그 날 6이닝 무실점 피칭을 했다. 6회초 마운드를 내려올 때 키움팬들은 큰 박수를 보내며 하영민의 이름을 연호했다. 하영민은 약간 어색하게 팬들에게 손을 들어 올렸다.
"6이닝이나 7이닝 무실점 피칭을 하면 팬들이 제 이름을 불러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수 많은 관중으로부터 선발투수 한 명만이 받을 수 있는 환호의 순간을 하영민은 조용히 맛보고 있었다.
하영민은 아직 만 30세. 계속 선발투수로 뛸 수 있다.
타 구단에서도 선발 스타일인데 다른 보직을 맡고 있는 투수가 있다. 그런 투수에게 하영민은 또 다른 희망의 상징이 될 것이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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