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정말 이기고 싶습니다."
프로야구 선수가 이기겠다는 말을 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 객관적 전력, 실력에서 밀리는 팀과 선수라도 지겠다고 하는 선수는 없다.
하지만 이 선수의 의지는 정말 남달라보였다. 호주 스프링캠프에서부터 "SSG 랜더스만큼은 정말 이기고 싶다"고 했다. 여기에 16일 KIA 타이거즈전 승리 후에는 "우상과의 대결인데, 지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KT 위즈 오원석 얘기다. 지난해까지 SSG 선수였다. 1차지명 유망주. SSG가 많은 기회를 주며 애지중지 키웠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트레이드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SSG는 충분히 기회를 줬지만, 알을 완전히 깨고 나오지 못하는 성장세에 더 기다려주지 못하고 김민을 데려오기 위한 카드로 오원석을 썼다.
프로 선수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트레이드지만, 오원석은 상처를 받았다. SSG에 대한 애정이 넘쳤기 때문이다.
그렇게 SSG를 상대로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맞대결 일정이 잡혔다. 22일 수원 홈경기. 여기에 로테이션도 절묘했다. 상대 선발이 김광현이었다. 자신의 롤모델이자 우상. 김광현도 자신의 후계자가 될 자질을 갖춘 오원석을 매우 아꼈다. 오원석의 의욕은 더욱 불탔다.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경기가 열릴 수 있을까 했다. 선발 투수들은 이런 날 경기 준비가 힘들다. 99% 취소 가능성이 높은 예보였는데, 갑자기 경기를 한다고 하면 신체적, 심리적으로 흔들리기 마련.
하지만 오원석은 흔들리지 않았다. 6이닝 8삼진 2실점. 4회까지는 정말 압도적이었다. 구위, 제구 모두 흠잡을 데 없었다. 반대로 김광현은 계속해서 위기를 맞이했다. 1회 2실점 후에도 2, 3회 병살 유도가 아니었다면 대량 실점을 할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관록으로 꾸역꾸역 버텼다.
오원석도 위기는 있었다. 5회와 6회 연속 실점을 했다. SSG 시절 오원석은 잘 던지다가도, 한 번 흔들리면 단숨에 무너져내리기 일쑤였다. 또 승리 요건을 갖출 수 있는 5회만 되면 갑자기 흔들리는 경기도 많았다. 하지만 KT 유니폼을 입은 오원석은, 주자의 출로에도 실점에도 자신의 페이스를 지켜냈다.
KT는 9대3 대승을 거뒀다. 그렇게 승리 투수가 됐다. 자신을 보낸 SSG에, 자신의 우상이었던 김광현에 '이렇게 내가 달라졌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예상치 못한 안정감이다. 승리 투수 오원석, 패전 투수 김광현이 새겨진 기록지. 오원석에게는 인생 최고의 날이 됐을지 모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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