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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인문학자 시선으로 본 과학 원전 '과학의 첫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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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자유·도둑맞은 여자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과학의 첫 문장 =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김승진 옮김.
"인생은 짧고, 의술의 길은 멀다."
고대 의학자 히포크라테스가 기원전 420년쯤 쓴 '공기, 물, 장소에 관하여'에서 한 말이다. 그는 신의 분노로 질병이 생겼다는 당시의 단순한 믿음에서 벗어나 눈에 보이는 세계와 우주의 질서로 질병을 설명하려 노력했다.
그는 위경련·고열·간질·전염병 등 모든 질병을 체내 균형이 깨진 탓으로 설명했다. 네 가지 체액, 즉 황담즙·흑담즙·점액·혈액 중 어느 것이 너무 많거나 적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로 본 것이다.
그의 설명은 대부분 잘못됐지만, 과학적으로 인체를 분석해서 질병을 설명하려 했던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이런 그의 태도는 의사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쳐 18세기까지도 그의 치료법이 통용됐다.
책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 과학 원전 36권의 정수를 담았다. 갈릴레오의 '대화', 다윈의 '종의 기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글릭의 '카오스' 등 우리에게 친숙한 원전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과학이 발전해온 자취를 전하기에 쉽게 읽히는 편이다. 저자는 "과학에 관심 있는 비전공자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밝혔다.
윌북. 344쪽.

▲ 민주주의와 자유 =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민주주의와 전체주의, 파시즘에 대한 영국 작가 오웰의 생각을 묶은 에세이 12편을 담은 책이다. 서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큰 위기에 놓였던 1939부터 1946년 사이에 쓴 글을 모았다.
오웰은 책에서 스탈린의 공산주의를 맹종하는 영국 지식인 사회를 직격한다. 그는 당대 좌파 지식인들이 소비에트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적어도 소비에트 독재에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비에트식 전체주의가 영국 사회에 틈입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영국에 변절한 진보주의자들이 많을 뿐 아니라 전체주의적 수단을 동원해야만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만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위험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게 해 주는 지식인들의 감각이 둔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웰은 파시즘이 번성하고, 전체주의가 확산하는 오늘날, 민주주의와 그 핵심 가치인 자유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자유란 '타인의 자유'를 언급한 로자 룩셈브르크의 자유,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말할 권리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한 볼테르의 자유 등을 말한다.
원더박스. 140쪽.

▲ 도둑맞은 여자들 = 엘리스 로넌 지음. 정혜윤 옮김.
책은 잘못 배운 '바람직하지 못한 것들'을 우리가 어떻게 내면화했는지 설명한다. 그 결과, 우리는 혼란스러운 억압을 견디면서 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작가이자 편집자인 저자는 지적한다.
가령 우리는 비만을 적이라 생각하고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체중을 관리한다. 자기의 적나라한 감정을 남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쓰고, 이타적인 행위가 자신을 착한 사람으로 만든다고 믿는다.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를 몰아세우며 순간순간 비집고 나오는 본능과 충동을 억누른다.
저자는 "진정한 자기규정을 가로막는 도덕의 지도를 불태우고, 그 대신 욕망을 표현하고, 열정의 충만함을 표현할 공간을 자신과 서로에게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북라이프. 524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