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말도 안되는 판정이다."
해리 케인(32·바이에른 뮌헨)은 진심으로 분노했다. 그의 분노는 처음에는 심판을 향했다가 나중에는 분데스리가 시스템 전체로 향했다.
이해할 수 없는 판정과 황당한 규정으로 인해 오랫동안 간절히 원했던 '우승의 순간'에 함께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케인의 '우승 커리어 서사'를 아는 축구팬이라면 케인의 안타까운 상황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거의 '신의 장난'급 불운이다.
케인이 그토록 바라던 '우승'의 짜릿함을 경험하지 못하게 될 듯 하다. 우승을 하기 위해 고향인 잉글랜드와 프로 데뷔 친정팀인 토트넘 홋스퍼를 등지고 독일 분데스리가로 옮긴 지 두 시즌 만에 드디어 커리어 첫 우승 기회가 찾아왔건만 정작 그 현장에 케인이 나가지 못하게 됐다.
케인은 27일(이하 한국시각)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시즌 분데스리가 31라운드 마인츠와의 홈경기 때 옐로 카드 한 장을 받았다. 선발 공격수로 나온 케인은 전반 추가시간 1분에 경기시간 지연행위로 옐로 카드를 받았다.
마인츠 공격수 요나탄 부르카르트와 몸싸움을 벌인 케인은 이후 심판의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심판은 케인이 고의로 시간을 끌었다고 판단해 옐로카드를 꺼냈다. 케인은 이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
경기 후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판정이다. 그 상황은 옐로 카드를 받을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자기 이름을 알리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직격발언을 했다. 이 경기의 주심을 맡은 바스티안 단커트 주심이 자기 이름을 알리고 싶은 엉뚱한 공명심으로 케인에게 옐로 카드를 꺼냈다는 식의 비판이다.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답게 평소 케인은 점잖고, 매너가 좋으며 발언도 신중하게 하는 편이다. 이런 케인이 레드카드 퇴장도 아닌 겨우 옐로카드 한 장 받았다고 이렇게 분노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건 좀 이상하다.
그러나 그간 케인의 '무관 서사'를 돌아보면 이런 반응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 옐로 카드로 인해 커리어 내내 원했던 우승의 현장에 설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마인츠전 옐로 카드는 케인이 이번 2024~2025시즌에 받은 다섯 번째 옐로카드였다. 그런데 분데스리가 규정에 따르면 옐로 카드가 5장 누적되면, 다음 경기 출전이 정지된다. 결국 케인은 32라운드 라이프치히전에는 벤치만 지켜야 한다.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이 바로 32라운드 라이프치히전에서 우승을 결정한 가능성은 매우 높다. 현재 리그 1위(승점 75)점승인 뮌헨은 2위 레버쿠젠(승점 67)보다 승점 8이 앞선다. 결국 32라운드에서 뮌헨이 승리하면 자력 우승이다.
이러면 케인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우승 결정의 순간'을 동료들과 함께 만끽할 수 없게 됐다. 벤치에서 바라만 봐야 한다.
물론 우승 순간에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트로피 수여식에는 함께 할 수 있다. 뮌헨의 최종 홈경기(5월 11일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전) 때 수여식이 열리고, 정식 우승 세리머니가 이어진다. 여기에는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우승의 그 순간'에 함께할 수 없다는 상실감은 꽤 크다. 특히나 우승에 모든 걸 걸어온 케인이라면 우승 결정 경기에 정작 뛰지 못한다는 건 매우 큰 아쉬움일 수 밖에 없다.
물론 뮌헨이 라이프치히전에 패하고, 케인이 33라운드에 나와 우승을 결정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과연 운명은 케인에게 어떤 형태로 우승을 허락할 것인가. 기구한 운명이 아닐 수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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