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5가 66만km를 주행하면서 배터리 내구성을 검증받아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주행거리 66만km를 기록한 아이오닉 5 사례를 제시하면서 자사 전기차의 높은 내구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최근 유튜브 영상에 등장한 아이오닉 5 롱레인지 RWD 모델이다. 첫 운행 3년 만에 누적 주행거리 66만km를 주파한 것으로 나타나 누리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해당 차주인 이영흠 씨는 기자재를 설치하고 수거하는 영업사원으로, 직업 특성상 매일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며 장거리를 주행했다. 하루에 많게는 900km를 운전하는 만큼 유지비용이 적게 들고 장거리를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차량을 찾던 중, 고심 끝에 아이오닉 5를 구입했다.
이씨는 구입 후 2년 9개월간 서울에서 부산을 720회 왕복한 거리에 달하는 58만km를 주행한 시점에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로부터 배터리와 전기 모터 등 주요 부품을 무상으로 교체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그 전까지는 한 번도 수리하거나 교체한 적이 없었던 부품들이며 해당 아이오닉 5는 당시에도 고장 없이 정상 주행이 가능한 상태였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유튜브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전파되며 큰 화제가 됐다. 영업용 택시에서도 보기 힘든 매우 긴 주행거리를 단시간에 기록한 차량에 대한 진위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을 정도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내구성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수명 예측 모델을 지속 연구해 오고 있으며, 이를 검증하는 차원에서 일정 기간 주행한 전기차 고객 차량을 확보해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연구를 수행한 현대차·기아 배터리개발센터 윤달영 책임연구원은 “조사 당시 아이오닉 5 기준 최다 주행거리를 기록한 이씨 차량이 실제 운행 데이터를 확보하기에 최적의 후보라고 판단해 배터리를 포함한 주요 구동 부품을 수거하고 신품으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수거된 배터리의 잔존 수명(SoH, State of Health)은 87.7%로 확인됨. 이는 일부 국가에서 정상 주행한 전기차의 SoH가 급격하게 하락했다는 고객 불만이 종종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더욱이 차량 한 대가 폐차될 때까지 통상 20만km 전후를 주행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58만km라는 극한의 주행 상황에서도 정상 범주 이상의 배터리 상태를 유지해 전기차의 뛰어난 내구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현대차는 주장했다.
특히 이씨는 “매일같이 100% 급속 충전을 했는데도 60만km를 넘게 달리는 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으며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도 초기에 비해 아주 조금 줄었을 뿐 꾸준히 안정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윤달영 책임연구원은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가장 극한의 조건을 기준으로 개발된다”며, “보증 기준보다도 훨씬 엄격한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잔존수명 87.7%는 내부적으로 수명 예측 모델을 통해 계산한 결과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터리의 성능은 주행 거리뿐 아니라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며, “그 어떤 사용 패턴에서도 안정적인 내구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반복 충·방전 시험 외에도 수개월간의 방치 시험도 병행하는 등 가혹한 시험 평가를 거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책임연구원은 특히 데이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같은 배터리를 사용하더라도 실제 전기차 성능이 천차만별인 이유는 결국 자동차 제조사의 개발 역량에 따른 차이”라며, “이번에 확보한 것과 같은 실차 기반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전기차 배터리 설계 가이드를 제안하는 등 꾸준히 노하우를 쌓아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