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천만다행이다.
스포츠에서 늘 나올 수 있는 게 부상이라지만, 생각지 못한 큰 부상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야구는 공 없이 만들어질 수 없는 종목. 하지만 이 공이 가장 무섭다. 타자가 때리고, 투수가 던지고 하는 150km가 넘는 공은 때로는 '살상 무기'로 변신하기도 한다.
강한 공에 선수들이 맞는 장면이 가장 끔찍하다. 특히 머리나 얼굴쪽으로 공이 향하면 더욱 그렇다. 자칫하면 선수 생명이 끝날 수 있다.
29일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고척스카이돔. 경기장에 정적만 흐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키움 투수 양지율이 던진 투심패스트볼이 롯데 전민재의 얼굴쪽을 향한 것.
전민재가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려 피했지만, 140km의 빠른 공을 완전히 피하기는 불가능했다. 헬멧을 강타했다. 직접적으로 공이 얼굴을 때린 건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강한 충격에 헬멧이 돌아가며 우측 눈쪽에 충격이 생겼다. 눈 부위가 크게 부어올라 안와골절, 안구 손상 등이 의심됐다.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여기에 전민재라는 점이 더 마음을 아프게 했다. 2018년 두산 베어스 입단 후 빛을 보지 못하다,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고 공-수 맹활약하며 드디어 주전 유격수로 거듭났기 때문. 4할 가까운 타율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중이었다. '신데렐라' 스토리를 쓰고 있는 가운데 큰 부상이라면 장기 결장이 불가피해 모두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롯데 선수단, 팬 뿐 아니다. 키움 사람들도 걱정이 되기는 마찬가지. 적으로 싸우는 상대지만, 동업자다. 서로 부상 없이 싸우는 게 최선이다.
양지율도 당연히 고의는 아니었다. 2S 상황서 몸쪽 공으로 카운트 싸움 우위를 점하려 했는데, 공이 빠졌다. 사구가 나온 후 당황해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이었다. 키움 관계자는 "양지율이 크게 놀랐다고 하더라"는 당시 상황을 전했다.
양지율은 전민재가 안정을 찾아가던 즈음 전민재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하려 했으나, 사정상 전민재가 전화를 받지 못했다. 대신 문자 메시지로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
천만다행이었던 건, 우려와 달리 뼈와 눈쪽에 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민재도 바로 답을 해왔다고.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의연하게 말했다고 한다. 양지율은 "다음에 경기장에서 전민재 선수를 만나면, 꼭 찾아뵙고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미안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양지율은 바로 2군에 내려갔다. 멘탈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사자 뿐 아니라 키움 홍원기 감독도 롯데 김태형 감독과 조원우 수석코치에 각각 전화를 걸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 감독과 조 코치도 홍 감독을 위로했다. 키움 김창현 수석코치도 조 코치에 따로 전화를 했다.
키움 관계자는 "상대팀 선수지만 리그 동료로서, 불의의 부상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키움 구단 모두가 전민재 선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민재는 눈의 실핏줄이 터져 심하게 충혈된 상황. 병원에서는 약 1주일간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소견을 전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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