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스스로 안 일어나면 밖에서라도 흔들어 깨워야 한다.
두산 베어스의 겨울잠이 길어지고 있다. '굴러온 돌' 고효준의 포효가 잠실벌을 쩌렁쩌렁 울렸다. 베어스가 깨어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한 번으로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두산은 1일 잠실 KT전에 3대3 아쉬운 무승부를 거뒀다. 마무리 김택연이 3-1로 앞선 9회초 동점 투런포를 맞았다.
육성선수로 영입된 42세 고효준이 8회초 두산 데뷔전을 멋지게 마쳤다. 홀드까지 기록했다. 마운드를 내려오며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쳤다. 최근 두산에서 보기 드문 전투적인 느낌이었다. 완벽한 스토리가 쓰여지나 싶었다.
그런데 하필 이날 김택연이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아무리 정상급 마무리라도 풀타임을 뛰면 4~5번은 나오는 것이 블론세이브다. 김택연은 2024년에도 블론세이브가 4개였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보다 높이 평가해야할 점은 거기서 분위기를 내주지 않고 지켜냈다는 점이다.
두산은 김택연이 무너졌지만 이후 이영하 홍민규가 각각 1⅓이닝 ⅔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고효준이 들어오면서 두산 불펜진이 전열을 신속하게 가다듬은 모양새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필승조에 변화를 주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KT전은 고효준이 들어온 두산 불펜이 다시 경쟁력을 갖췄음을 보여준 경기다.
최근 실점이 늘어난 최지강이 B조로 물러난 대신 박치국이 전면으로 나왔다. 고효준이 뒤를 받치면서 7~8회를 매우 부드럽게 건너갔다. 김택연 이후에도 이영하와 신인 홍민규가 초박빙 상황에서도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KT는 올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1위 팀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불펜 운용의 달인으로 꼽힌다. 이런 KT와 맞서 불펜 싸움을 접전으로 가져갔다는 것 자체로 소득이다.
마운드가 버텨주면 방망이는 결국 올라온다.
두산은 오매불망 곽빈 홍건희만 기다리다가 8위까지 야금야금 떨어졌다. 아무런 지원군 없이 곽빈 홍건희만 계속 바라보는 상황에 내몰렸다면 더 견딜 힘이 바닥날 위기였다.
여기서 고효준이 오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 홍건희는 이르면 2주, 곽빈도 늦어도 5월 안에는 복귀가 가능하다. 고효준을 중심으로 불펜만 다시 살아난다면 두산도 반등할 여지는 충분하다.
잠실=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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