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굴욕적이었던 완봉패 설욕에 성공했다. '국가대표 에이스' 고영표를 무너뜨린 선봉장은 '40세' 베테랑 이용규였다.
이용규는 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주말시리즈 1차전에서 3안타 1득점을 몰아치며 키움의 5대3 승리를 이끌었다.
키움은 지난달 20일 고영표에서 3피안타 완봉패를 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이날은 6이닝 동안 무려 16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고영표에게 생애 1경기 최다 피안타라는 굴욕을 안겼다.
하지만 그 과정은 험난했다. 5회까지 11개의 안타를 쳤지만, 득점은 4회초 2사 만루에서 송성문의 빗맞은 내야안타 덕에 올린 1점 뿐이었다.
6회초 기어코 고영표의 방패를 뚫어냈다. 선두타자 어준서가 실책으로 출루했고, 이용규 송성문 최주환 카디네스 원성준의 5연속 안타가 쏟아졌다. 이어진 김태진의 희생플라이로 5-0을 만들었다. 이후 KT 신세대 거포 안현민에게 연타석 홈런을 허용하며 5-3까지 쫓겼지만, 마무리 주승우가 역전만은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 후 홍원기 감독은 "타선이 전체적으로 활약했다. 4회 송성문의 선취득점으로 리드를 잡았고, 6회에 연속 득점으로 격차를 벌렸다. 특히 이용규, 최주환이 각각 3안타를 기록하며 타선을 이끌었다"며 야수들을 격려했다.
연패 중에도 원정까지 찾아와 열띤 응원을 보내주신 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일 경기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특히 인상적인 건 이용규와 고영표의 승부였다. 이용규는 1회초 첫 타석에선 2구만에 중전 안타를 쳤다. 하지만 득점과는 연결되지 않았다.
2회에는 자신이 직접 2사 만루 찬스에 섰다. 하지만 4연속 투심에 볼카운트 2B2S가 됐고, 여기서 회심의 체인지업에 그답지 않은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심기일전한 이용규는 4회 2사 1,2루에서 다시 만났다. 고영표의 바로 그 체인지업을 정확하게 쳐내며 2사 만루를 만들었고, 다음 타자 송성문의 빗맞은 내야안타가 선취점이 됐다.
이어 6회초에도 무사 1루, 볼카운트 1B2S에서 다시한번 고영표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안타를 쳤다. 이후 소나기 안타 때 홈까지 밟았다.
이용규는 올시즌 키움의 '플레잉코치'다. 지난달 30일 올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됐다.
시즌 첫 정규시즌 출격에서 롯데 박세웅을 상대로 2안타에 도루까지 하나 성공시키며 흐름을 바꿨고, 이날 또한번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증명했다.
경기 후 만난 이용규는 "원래 (퓨처스에서)2~3경기 하고 수원에서 합류할 예정이었다. 감독님의 배려였다. 그런데 팀 상황이 그렇고, 또 내 성격상 먼저 들이대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냥 해보겠다고 했다. 그 결과가 롯데전"이라고 돌아봤다.
"어떻게든 출루하려고, 볼을 잘 골라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1구1구 집중하고 있다."
이용규는 2회초 타석을 회상하며 "사실 노려치는 걸 잘 안하는데, 그때는 체인지업을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당했다. 투심 2개를 놓치고 나니 마지막 좋은 체인지업에 속았다. (고영표를)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이어 "다음 타석부터는 똑같은 구종에는 속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거기서 (출루를 했고)선취점이 나서 다행이다. 내가 두번 다 살리지 못했으면 팀이 좀 어려워질 수도 있었겠다 싶다"며 당시의 속내를 전했다.
이날 고영표는 6이닝 5실점(3자책)을 기록, 기어코 또하나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추가했다. 올시즌 5번째, 명불허전 '고퀄스'다.
이용규는 "역시 정말 좋은 투수다. 득점권에서 자신만의 요령이 있다. 다음 경기는 더 철저히 준비하고, 득점권에서의 볼배합 같은 걸 잘 분석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1군 엔트리에는 빠져있었지만 줄곧 1군에 동행했다. 후배들에게 열혈 지도를 하는 '플레잉코치'의 모습도 포착됐다. 이용규는 "어린 선수들 열심히 하고 있다. 야구가 사실 쉽지 않은데, 다들 마음이 너무 조급하다. 자기가 쌓은 경험을 토대로 반복하다보면 좋아질 거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40세의 나이에도 그라운드에서 뛰는 기분은 어떨까. 여전히 타격에선 리드오프, 수비에선 중견수다. KBO리그 통산 6번째 400도루를 3개 앞둔 '대도'이기도하다. 전준호(549개) 이종범(510개) 이대형(505개) 정수근(474개) 박해민(420개) 다음이다.
"기분좋다. 충분히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팀이 날 필요로 할 때는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 포지션도 어디든 문제 없다. 도루도 내가 살 수 있는 타이밍에 뛰는 거지, 3개 더 한다는 욕심으로 시도하는 일은 없을 거다. 기록은 내가 잘하면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거니까."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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