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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스 '뻥카’에 속은 폰류엄문 '107구 던졌는데 8회 또 올라간다는데요?' 양상문 코치도 화들짝 [대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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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뭔가 이상했다. 혼신의 107구 역투로 7이닝을 책임졌는데, 독수리 5선발 동료들의 축하 포옹이 없었다. '두 얼굴의 사나이' 와이스의 '뻥카'를 폰류엄문이 정말 믿었기 때문이다.

5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가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회까지 107개의 공을 던지며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6회까지 94개의 공을 던진 와이스는 팀이 2-1로 앞선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구자욱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음 타자는 5회 전 타석에서 무려 13구까지 가는 승부를 벌인 끝에 루킹 삼진으로 돌려 세운 디아즈. 7회 승부에서는 5구만에 2루 땅볼로 잡았다.

투구 수가 103개에 이르자 양상문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공을 들지 않고 올라간 양 코치가 와이스에게 한 타자를 더 상대할 수 있는지 물었다. 승부욕 강한 와이스의 대답은 "yes"

4개의 공을 더 던진 와이스가 강민호를 2루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경기 내내 포커 페이스를 유지한 와이스의 표정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와이스가 가볍게 글러브를 두드리며 내려왔다.

양쪽으로 도열한 동료들의 환영을 받으면서도 와이스의 표정 변화는 없었다. 와이스가 이때 폰세 혹은 류현진에게 어떤 사인을 보낸 듯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포수 이재원이 다가와 와이스를 안았다.

김태연 등 동료 선수와 코치들도 와이스를 뜨겁게 안으며 역투를 축하했다. 그런데, 끈끈한 이글스의 상징이 된 동료 선발투수들의 포옹이 이어지지 않았다. 폰류엄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류현진 폰세 문동주 엄상백이 더그아웃 맨 앞 열에 순서대로 선 채 양상문 투수코치를 찾았다. 류현진이 '와이스가 8회에도 등판하는 지'를 확인하자 양 코치가 깜짝 놀라는 모습이다.

양 코치가 와이스를 향해 손을 가로젖고 있다. 와이스가 1이닝을 더 던질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이다.

양 감독의 손사래에도 와이스의 의지는 강력했다. 급기야 양 코치는 손으로 X자까지 만들며 와이스를 말려야 했다.

더그아웃에서 벌어진 장난스러운 해프닝은 왜 벌어졌을까? 사연이 있다. 지난 달 10일 대전 두산전에서 와이스는 8회 2사 후 벤치를 향해 손을 내저으며 교체를 거부한 적이 있다. 교체된 후 더그아웃에 들어와서도 분노를 표출했고, 결국 경기 후 김경문 감독에게 사과한 일이 있었다.

승부욕 때문에 벌어진 자신의 한 달 전 일을 와이스가 '셀프 패러디'했다. 동료 선발 투수들은 그걸 믿었고, 양상문 코치는 화들짝 놀랐다. 와이스의 유쾌한 패러디에 더그아웃이 웃음바다가 됐다.

와이스의 장난에 속았던 선발 투수들이 뒤늦게 더그아웃 밑으로 내려와 와이스를 차례차례 껴안았다. 분이 풀리지 않은 폰세는 여전히 손가락 1개를 들며 '1이닝 더?'를 제안했다.

와이스는 웃음 세포가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동료 외국인 투수 폰세와는 정반대의 성격이다. 하지만 이날 와이스의 장난과 웃음 덕분에 선입견이 보기 좋게 깨졌다. 독수리 5형제가 또 그림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