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결론부터 말하면, 연대기여금 미지급에 따른 선수 영입 금지 징계를 어긴 광주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판례에 따라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광주와 비슷한 케이스가 수년 전 콩고민주공화국 리그에서 발생했다. 콩고 클럽 모테마 펨베는 2019년 두 명의 외국인 선수 영입 과정에서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다. 구단간 분쟁이 생기자, FIFA가 중재에 나섰다. FIFA는 모테마에 일정한 기간 내에 재정적 의무를 다할 것을 요구했지만, 모테마측이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자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FIFA는 분쟁해결위원회, 징계위원회, 선수 지위위원회 등을 거쳐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선수 영입 금지를 발표했다.
문제는 징계 기간에 버젓이 선수 영입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모테마는 2021년 10월 누한 콘데, 옴바 넬슨 문강가, 리야드 노로디엔, 은자우 음부앙기를 줄줄이 영입했다. 2022년 1월에도 플라티니 음피아나 몬진지, 해피 타갈라니 마샤우를 품었다. 총 6명의 추가 영입을 확인한 FIFA는 구단을 징계하는 것이 아니라 콩고 리그의 선수 등록 주체이자 자국 축구 최상위 기관인 콩고민주공화국축구협회(FECOFA)를 정조준했다. 2023년 7월 FIFA 결정문에는 'FECOFA는 FIFA가 산하 클럽인 모테마에 등록 금지 처분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신규)선수를 등록함으로써 FIFA의 최종 결정을 준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FECOFA는 일부 직원의 과실이라고 항변했지만, FIFA는 임직원의 과실 또한 단체의 책임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FIFA는 FECOFA에 벌금과 추가벌금을 합쳐 총 10만스위스프랑(현재환율 약 1억6700만원)을 매겼고, 6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벌금은 결정 통지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내게 했고, 6개월 이내에 FIFA가 제공하는 등록 관련 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모테마의 사례는 이번 광주 사태와 비슷해 보인다. 광주는 2023년에 영입한 아사니의 연대기여금을 미납해 FIFA로부터 선수 영입 금지 징계를 받았다. 연대기여금이란 프로 선수가 계약 만료 이전에 다른 나라의 팀으로 국제 이적하여 이적료가 발생할 때 지급하는 돈이다. 이적을 통해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만 12세부터 만 23세까지 해당 선수가 소속됐던 각 팀에 일정한 비율의 연대기여금을 지급해야 한다. 광주는 FIFA 클리어링 하우스에 지급해야 할 3100달러(약 430만원)의 연대기여금을 정해진 기간 내에 납부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FIFA로부터 연대기여금 지급과 관련된 공문을 받고도 직원의 미숙한 일처리와 인수인계 등의 이유로 지급하지 못하며 지난해 12월 17일부로 선수 영입 등록 금지 대상에 올랐다. 광주는 '고의적인 미지급이 아닌 송금 오류'라고 항변했다. 한데 징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광주는 징계 기간인 지난 1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헤이스, 박인혁 박정인 주세종 진시우 민상기 등 10명 이상의 선수를 영입했다. '비용 지급 문제로 FIFA의 영입 금지 조치를 받고도 선수 영입을 진행한 점, 협회가 선수 등록을 진행한 점'은 모테마 사례와 똑같다.
일부 구단과 축구인들이 광주의 무자격 선수가 투입된 모든 경기를 몰수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고의성 없는 행정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사고이며, 따라서 지금까지 진행된 경기에 출전한 광주 소속 해당 선수들을 '무자격 선수'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라며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해당 선수들을 무자격 선수로 규정하여 지난 경기 결과들을 번복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치러진 경기 결과를 인정하여 귀책사유가 없는 선수들의 출전 자격을 보장하고 대회와 리그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협회의 판단은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의 협회 및 광주에 대한 징계 가능성과는 별개의 문제'란 점을 강조했다. 광주는 구단의 명백한 잘못임을 인정하고 지난 13일 연대기여금과 지급 지연에 따른 벌금을 FIFA측에 재송금한 뒤 FIFA의 답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구단 내부는 '징계가 아닌 제재'이므로, 과거 지급 시도 내역과 재송금 사실에 대한 확인 절차를 거치면 영입 금지 대상에서 지워질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콩고 클럽 모테마의 사례는, 등록 금지를 받은 구단뿐 아니라 협회도 징계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아시아축구연맹(AFC)의 판단은 FIFA, KFA와 다를 수 있다. AFC는 지난 2024~2025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에서 부정 선수를 투입한 일본 구단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경기를 몰수패 처리한 바 있다. AFC가 해당 대회에 참가해 8강에 오른 광주에 중징계를 내린다면, KFA와 프로축구연맹도 발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게 다수의 축구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