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손흥민(33·토트넘)은 독일 분데스리가에 이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축구의 새 장을 열었다. 아시아 선수 최초 EPL '골든부트(득점왕)'는 그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마지막 한 조각이 없었다. 바로 '우승'이다. 프로 데뷔 후 15년, 토트넘에선 이 조각을 찾기 위해 10년을 헤맸다. 두 번의 실패가 있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2018~2019시즌)과 리그컵 결승(2020~2021시즌)에서 좌절했다.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섰다.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전이다. 손흥민은 결전을 앞두고 "내가 토트넘에 남은 이유, 남들이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내고 싶은 이유"라며 "퍼즐을 다 맞추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마지막 한 피스가 필요하다. 그것을 맞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두 번의 실패는 자양분이었다. 그는 "그 실패를 통해서 분명히 배운 부분이 있었다. 내 경험을 선수들에게 전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느낌이 색다르다. 이기고 싶다. 많은 분들이 간절히 응원해준다. 분명히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이 마침내 정상 정복에 성공했다. 토트넘은 22일(이하 한국시각) 스페인 빌바오의 산마메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EPL 라이벌 맨유와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브레넌 존슨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승리하며 챔피언 고지를 밟았다.
손흥민이 주장 자격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태극기를 두른 손흥민은 기쁨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라운드로 내려 온 아버지, 어머니와도 뜨겁게 포옹했다.
토트넘은 2007~2008시즌 리그컵 정상 등극 이후 17년 만의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했다. 유럽대항전의 경우 1983~1984시즌 유로파리그 전신인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 이후 41년 만의 환희에 젖었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우승 가뭄을 마침내 끊어냈다. 10년간 토트넘에서의 헌신을 마침내 우승으로 보상받았다.
스포츠조선과 '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은 우승 소감을 묻자 "다 같이 뜨겁게 즐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릴 때 기분을 질문하자 "정말 무거웠다. 아주 무거웠다"고 미소지었다.
축제의 분위기 속에 '옥에 티'가 있었다. UEFA가 준비한 우승 메달을 맨끝에 섰던 손흥민과 로드리고 벤탄쿠르,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받지 못했다. 손흥민은 "이제 받아왔다. 선수들이 너무 많아가지고 아까 못 받았다"고 말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벤탄쿠르가 손흥민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 끌어안았다. 손흥민은 "벤탄쿠르가 너보다 더 이상 축하받을 사람은 없다, 이런 말들을 해주면서 진짜 엄청 좋아해 줬는데 모든 선수들이 정말 자기 일처럼 다 좋아해 줬다"며 "그래서 진짜 더 기분이 좋았다. 내가 그래도 축구 선수로서 영감을 많이 주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선수들 덕분에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우승한 것도 좋지만 이런 것들로 기분이 진짜 더 좋은 것 같다"고 기뻐했다.
그는 지난달 11일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8강 1차전 이후 자취를 감췄다. 발 부상이었고, EPL 4경기, 유로파리그 3경기 등 7경기에 결장했다.
손흥민은 한 달만인 11일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EPL 36라운드에서 복귀했다. 교체 출전으로 예열을 했다. 17일 애스턴빌라와의 EPL 37라운드에서 9경기 만에 선발 출전하며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몸상태는 아니었다. 그는 이날 선발에서 제외됐다. 히샬리송이 왼쪽 윙포워드 자리를 대신했다. 손흥민은 후반 22분 교체 투입돼 추가시간 7분여를 포함해 약 30분을 소화했다.
손흥민은 "아직 부상이 완벽하게 나은 것은 아니다. 이 경기만을 위해, 정말 빠르게 복귀했고 생각한 것보다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런 것은 절대 아니었다. 나에게 있어서 어떻게 보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경기를 오늘 치를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연히 골을 넣고 싶지만, 결국에는 승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 선수들이 승리하는 게 어떻게 보면 가장 큰 목표라 모두가 개인적인 욕심은 다 버렸다고 생각한다"며 "나도 마찬가지고 오늘은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팀이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좀 더 많이 생각하고 그거를 또 실천으로 옮기려고 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2019년 UCL 결승전 이후 6년 만의 유럽 피날레 무대였다. 손흥민은 "늘 최고라고 생각하고 항상 이길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나서는 것 같다. 오늘도 덕분에 즐거운 하루였고 행복한 하루였고 잊지 못할 하루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말 놀라운 기분이었다. 정말 꿈이 이뤄진 것 같았다. 내가 평생 쏟아온 노력과 헌신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거다. 정말, 정말 행복했다.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 그리고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미래에 대해선 "감독님께서 트로피를 따냈다. 아무도 못했던 걸 해내신 거다. 물론 이건 내 결정이 아니고, 선수들의 결정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17년 만에 이뤄낸 우승이고, 그 트로피를 들어올린 사람이 바로 감독님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겠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26일 브라이턴과의 EPL 최종전에 이어 6월 A매치 2연전을 준비한다. 그는 다음 목표에 대해 "당연히 대표팀이 월드컵에 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의 목표는 항상 팀과 함께 발전하고 노력해 나가고 늘 어려운 길을 맞서서 싸우는 그런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겠다"며 "다시 한번 정말 완벽한 퍼즐을 맞추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해 주신 축구 팬분들, 또 대한민국 국민분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항상 최선을 다하는, 또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축구 선수 손흥민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