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우리 학생선수들, 학부모님들 너무 훌륭하시고 자랑스럽습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24일 경남 김해 전국소년체육대회(이하 소년체전) 현장에서 첫 '학생선수 학부모 간담회'를 성료한 후 어린 후배 선수들과 학부모들을 향한 존경심을 전했다.
유 회장은 소년체전 개막일인 24일 오후 2시 김해종합경기장 대회의실에서 학부모 50여명, 오정훈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구룡중 교장), 권영인 대한체육회 이사(전남 광양여고 여자축구부 감독)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했다. 소년체전 현장에서 대한체육회 수장이 학부모를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년체전에서 올림픽의 꿈을 키웠던 학생선수 출신 '아테네 탁구 챔피언'이자 두 아들이 축구선수인 학부모로서 유승민 회장은 동료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마음을 활짝 열었다. 이날 오전 6시 기차를 타고 김해에 도착해 롤러, 복싱, 축구, 태권도 등 4종목 경기장을 돌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지도자, 종목단체장들을 만난 후 학부모들과 마주한 유 회장은 "저도 운동선수로서 25년간 선수생활을 했다. 선수로서 화려한 커리어를 이뤘지만 그 뒤엔 부모님의 역할이 컸다. 세월이 지나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1학년 두 아들을 둔 아빠가 됐다. 둘다 운동을 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 학교체육에 관심이 많다"며 진심을 전했다. "학교체육 정책이 급변할 때마다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내왔다. 체육회는 교육정책을 다루는 기관은 아니라 학생선수를 더 좋은 환경에서 맘껏 운동할 수 있게 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대한체육회가 주도적 목소리 내지 않으면 우리 선수들의 미래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간담회를 준비한 배경을 설명했다. "대한체육회장을 하면서 한가지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 꿈을 못이루더라도 스포츠는 도전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속에 응원하고 격려하고 소통하면서 배우길 바란다. 저는 스포츠는 사회 부적응자라거나 안된다는 편견에 맞서 싸우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축구경기가 끝나고 나면 땀에 젖은 유니폼을 교환한다. 쓰러진 선수를 일으켜 세워준다. 스포츠라 가능한 장면이다. 학교 시험 끝나고 서로 격려하는 장면을 못봤다. 스포츠엔 그런 가치가 있다. 저도 스포츠인이기 때문에 세계 누구와도 언제든 소통할 수 있다. 오늘 이 시간에 어떤 의견이라도 주시면 학부모님 의견 토대로 대한체육회의 학교체육 정책을 만들려 한다.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꿈을 맘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정훈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 역시 스포츠의 가치를 강조했다. "체육은 몸, 신체활동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공부다. 지식이 아닌 지혜를 배우는 훌륭한 공부다. 운동해서 뭔가 부족할 것이라는 선입견 만든 건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했다. "최저학력제 자체가 맞지 않는 용어다. 운동과 학습이 다르지 않다. 다만 학생으로서의 학습권, 선수로서의 운동권은 균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오늘은 그 접점을 찾는 자리다. 경청하러 왔다. 유 회장님의 열정과 저의 노하우를 녹여 교육청, 교육부와 연결고리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현장에선 학생선수의 운동권을 제한하는 '최저학력제',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 예외 인정', '고교 학점제' 등 주제별로 다양한 의견 쏟아졌다. 학부모들의 거침없는 질문에 유 회장 역시 일일이 정성을 다해 응답했다. 고교학점제에서 종목 특성에 맞는 맞춤형 커리큘럼 제공의 필요성, 합숙이 전면금지된 상황에서 편법 입학의 문제점, 학교장과 교육감 등 학교 공동체의 운동부, 특기생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역차별, 지역과 학군이 다 다른 상황에서 최저학력제를 일괄적용시의 문제점, 학생선수의 사교육을 부추기는 현실, 학생선수의 공부를 위한 보충수업 등 지원 대안, 무조건적 합숙 폐지가 아닌 제3의 교육공간으로서 신개념 합숙소의 필요성 등 현장에 기반한 의견 개진이 1시간 40분 넘게 이어졌다.
유승민 회장은 최저학력제에 대해 "공부와 운동,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두 마리를 다 놓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 회장은 "나는 3가지 목표를 정했다. 임기내 어떻게 해서든 '최저학력제 완전 폐지,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 제한 완전 폐지, 신개념 합숙소 부활'의 방향성을 갖고 정책을 추진해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학부모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유 회장은 "학생선수들이 애매해졌다. 이도 저도 아니다. 공부과 운동, 둘다 놓친다. 뭐 하나 원없이 해보기라도 하면 후회도 없는데 정책이 왔다갔다 맞출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학군제 이야기도 너무 많이 들었다. 학년 평균점수 못맞추면 전학 가야 하고 그러려면 합숙을 해야 하는데 코치, 선생님 주소지로 옮기는 위장전입을 할 수밖에 없다. 왜 우리 애들을 그렇게 내모나"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유 회장은 "학교체육 정책이 더 이상 밀리면 미래가 없다. 절실하다"며 절박함을 토로했다. "교장선생님, 교육감님들, 교육부의 인식개선이 따라와야 한다. 학생선수의 재능을 인정해주고, 개발 육성하는게 어른들의 몫이다. 체육회장으로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다. 선수, 학부모, 체육회, 교육청, 교육부가 하나 돼 변화가 일어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 회장은 새정부에도 학교체육 관련 강력한 제언의 의지를 전했다. "스포츠개혁TF를 만들어 학교체육 관련 정책을 정리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각 캠프에 정책을 전달할 것이다. 경기, 서울, 인천 교육감님도 만났다. 대선 이후 교육부장관, 국회도 단계적으로 만나서 정책 입안을 제안드릴 것이다. 학생선수들이 꿈을 실현하느데 제약 없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제가 분노하는게 뭐냐면 정책 과정을 보면 석연치가 않다. 저도 학부모고 여기 다 학부모님이시다. 아이가 운동을 하고 싶어하고, 부모님이 지원하고 싶어하는데 못하게 하는 국가가 세상에 어딨나. 아이를 망치고 싶은 학부모가 우리 중 누가 있나. 하고 싶은 거 다해 주는 것이 부모 마음인데 맘껏 해줄 수 없는 게 답답하다"고 했다. "학생선수 문제만큼은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이다.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 학부모님들 목소리 실어주셔야 한다. 그래야 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 철학과 방향성은 말씀드렸다. 실현 시키는 게 중요하다. 말로 떠들고 실현 못하면 어려움 겪은 것은 내 아이들, 여러분의 아이들이다. 왜 부모들이 나서서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아이들을 망치냐고 말하는 이들을 향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학부모가 아이들이 원하는 삶을 응원하고 지원한다는데 누가 무슨 자격으로 함부로 '망친다'는 말을 하나. 운동기계를 만든다는 것이 아니다. 나라를 빛내고 사회인으로 올곧게 성장할 프로그램을 제공, 몸도 마음도 건강한 스포츠인이 대접받는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 "오늘 여러분들의 이 목소리가 전달이 돼야 한다. 제가 그 전달자 역할을 하겠다. 욕먹어도 제가 먹겠다. 나는 운동을 통해 배려와 인내, 팀워크를 배웠다. 다 참아낼 수 있다. 스포츠만큼 좋은 교육이 어딨나. 오늘 현장에서 축구, 복싱하는 선수들이 집중하는 멋진 모습을 보고 흐뭇했다. 우리 아이들의 그 멋진 꿈을 우리가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병상련' 운동선수 부모인 유 회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학부모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간담회 후 만난 유 회장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놀랐고,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 깊이 와닿았다"고 했다. 소년체전 현장에서 첫 학부모 간담회를 개최한 이유에 대해 그는 "저도 학부형이다. 가면갈수록 학부모들의 열정과 관심이 커지는데 제도나 정책을 통해 이들의 헌신이 빛을 발하게 하는 부분은 여전히 부족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방향성을 갖고 가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자식의 일이기에 부모님들이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다 못하시고, 조심스럽다는 인상도 받았다. 그렇게 어렵게 해주신 말씀인 만큼 그럴수록 학부모님들의 마음을 잘 받아안아 정책으로 보답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최저학력제 등 어려운 현실에서도 흔들림 없이 꿈을 향해 매진중인 학생선수, 학부모를 향해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선수, 학부모님들은 훌륭한 역할을 해주고 계신다. 행정가, 어른들이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스포츠 가치, 스포츠인에 대한 존경, 인식이 개선 될 수 있도록 다함께 목소리를 모아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훌륭하시고 자랑스럽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테네 챔피언'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의 시작점 역시 소년체전이었다, 그는 미래의 국대 후배들을 향한 따뜻한 응원과 분투의 다짐을 잊지 않았다. "너무 대견하다. 소년체전을 오랜만에 봤다. 너무 귀엽더라. 하나하나 최선 다하는 모습, 친구들의 응원하는 모습, 학부모들이 조마조마하시는 모습을 보며 옛날 생각도 났다"면서 "이제 제가 소년체전의 대회장이 됐다. 이 무대를 더 발전시키고 아이들이 기량을 맘껏 펼쳐 미래의 국대, 스타 등용문이 될 수 있게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김해=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