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선수들의 마음이 찡했다."
SSG 랜더스 선수들은 지난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서 9회말 5대4의 승리를 거둔 뒤 모두 마운드에 모였다. 새로운 세리머니인가 했지만 선수들은 모자와 헬멧을 벗고 고개를 숙여 묵념을 했다.
이유가 있었다. SSG 외국인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누나가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에레디아가 자신의 SNS를 통해 직접 전했다.
에레디아는 지난 4월 11일 우측 허벅지 종기로 인해 수술을 받고 복귀를 준비 중이다. 회복과 복귀까지 6주가 필요해 대체 선수가 오기도 했는데 현재 SSG 홈경기가 열릴 땐 랜더스 필드에 나와 동료들과 함께 훈련을 하며 복귀 준비를 하고 있다. 복귀 예정일은 오는 6월 3일이다.
24일에도 에레디아는 랜더스필드에 나왔다가 코칭스태프의 배려로 귀가했다. SSG 이숭용 감독은 25일 경기전 "우리도 어제(24일) 알게 됐다. 그래서 에레디아에게 며칠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야구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추스리는게 먼저인 것같아서 훈련에 연연하지 말고 충분히 시간을 가져라고 했다. 편한대로 하라고 본인에게 맡겼다"라고 밝혔다.
선수들은 에레디아를 위해 승리를 다짐했다.
4-4 동점에서 9회초가 끝난 뒤 주장인 김광현이 선수들을 모았다. 꼭 이기자라며 선수들을 독려했고, 이 자리에서 한유섬이 승리한 뒤 모여 묵념을 하자는 의견을 냈다. 그리고 9회말 한유섬의 끝내기 안타로 5대4의 승리를 거둔 뒤 선수들은 마운드에 모여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9회에 미팅을 하는 것을 봤는데 그것(묵념)까지 준비할 줄은 몰랐다. 마음이 찡했다"면서 "어렵게 승리를 했는데 그런 모습이 참 좋았다. 그런게 팀이 하나가 되는 모습 아니겠나"라며 선수들의 자발적인 행동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에레디아는 25일 경기장에 나와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했다. 집에서 혼자 슬퍼하기 보다는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이 슬픔을 빨리 잊는 길이라 생각한 듯 하다.
지난해 타율 3할6푼(541타수 195안타) 21홈런 118타점을 기록한 에레디아는 올시즌도 부상전까지 13경기서 타율 3할1푼3리(48타수 15안타) 1홈런 6타점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