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지면 김도영(KIA 타이거즈)한테 우리 팀 전체가 지는 것이다. 지금 김도영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말이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대구에서 KIA와 3연전을 치르는 내내 김도영에게 시달렸다. 김도영은 3경기에서 타율 0.462(13타수 6안타), 3홈런, 4타점, OPS 1.731을 기록하며 삼성 투수들을 괴롭혔다. 경기마다 김도영에게 꼭 결정적인 한 방을 허용하면서 흐름을 뒤집기 위해 애를 썼다.
박 감독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계속 걸러야 한다. 직구 던지면 홈런 치고, 변화구 던져도 홈런 치고. 라이온즈파크에서는 김도영이 공이 잘 보이나 보다"라고 말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삼성은 김도영을 막느라 애를 먹으면서도 시리즈 2승1패를 기록하며 KIA를 울렸다. 지난해 MVP 시즌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최근 타격감이 올라온 김도영은 공포 그 자체지만, 김도영 한 명만 넘어서면 무서울 게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 감독은 "솔직히 KIA 타순의 컨디션을 따지면 정상 컨디션들이 아닌 것 같긴 하다. 김도영도 그렇고, 최형우도 어제(24일) 홈런을 쳤지만 정상 컨디션은 아닌 것 같은데 김도영이 다 해결을 해버리니까. 계속 이제 지면 김도영한테 우리 팀 전체가 지는 거라서. 지금 김도영 고민이 많다. 경기 중에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은 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올 시즌 초반 KIA가 부진할 때 한 야구인은 "KIA는 결국 김도영이 살아나야 하는 팀"이라고 바라봤다. 당시 김도영은 햄스트링 부상을 털고 돌아와 타석에서 잠시 헤매고 있었다. 김도영이 방망이에 불을 뿜으면서 타선을 끌고 가야 하는데, 김도영이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다 보니 지난해와 같은 공격력이 안 나온다는 분석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말 거포 나성범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KIA 타선은 더더욱 헐거워졌다. 베테랑 최형우가 그나마 자기 몫을 해주면서 중심을 잡았고, 김도영이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KIA도 연승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나 KIA는 시즌 성적 24승26패로 여전히 8위다. 중위권 팀들과는 1~2경기차에 불과해 하위권으로 아예 밀렸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계속 5할 승률이 붕괴되는 일이 반복되면 점점 중위권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김도영 외에도 상대 배터리가 벌벌 떨 수 있는 타자들이 더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최형우 정도가 유일하다.
KIA는 "지면 김도영한테 지는 것"이란 말을 뼈아프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나성범과 김선빈, 패트릭 위즈덤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긴 했지만, 박찬호 김태군 한준수를 비롯해 오선우, 이우성 등 준 주전급 선수들이 지금보다 더 힘을 보태줘야 한다. 김도영만 돋보이는 팀이 돼서는 중위권 싸움에서도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 대구=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