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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위권 안착' 강원, 강팀에 강하다..."결과만 본다" 정경호식 맞춤 전략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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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강팀에 강한 강원FC다. 강원은 올 시즌 6승(3무6패)을 거두며 승점 21로 7위를 달리고 있다. 양민혁-황문기 등 핵심 자원의 이탈, 호마리우-마리오 등 외국인 농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성적표만 놓고 보면 기대 이상이다. 승점 자판기가 없는, 역대급 순위 경쟁 속 중위권을 확실히 지키고 있다.

강원은 올 시즌 믿을만한 해결사가 없다. 지난 시즌 13골을 넣으며 K리그1 베스트11에도 선정된 이상헌은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외국인 공격수 가브리엘과 코바체비치는 1골에 그치고 있다. '대졸 신인' 이지호가 3골로 팀내 최다 득점자다. 강원은 15경기에서 단 12골에 그치고 있다. 리그 최소 득점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승수를 더하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은 승리 상대다. 6승 중 5승을 강원 보다 높은 순위에 있는 팀을 상대로 따냈다. 하위권팀을 상대로 거머쥔 유일한 상대는 11위 제주 유나이티드였다. 강원은 포항 스틸러스, 전북 현대, 울산HD,광주FC 등 이른바 공을 좀 차는 팀을 상대로 강했다. 특히 울산을 상대로는 1승1무, 광주에는 2승을 거뒀다.

올 시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지략가' 정경호 감독의 맞춤형 전술이 돋보였다. 어차피 화력 싸움으로는 쉽지 않은만큼, 틀어막는데 주력했다. 상대 빌드업 과정부터 적극적으로 막았다. 강원이 6승을 하는 동안 내준 실점은 단 2골이다. 25일 펼쳐진 광주와의 경기는 지략 대결의 승리였다. 광주가 한쪽으로 선수를 몰아 '아이솔레이션(반대쪽 전환을 통해 1대1 상황을 만드는 전력)' 카드로 공격에 나서자, 재빠르게 숫자를 늘려 광주의 의도를 막았다. 정 감독은 일사병으로 관중이 쓰러지며 경기가 중단된 틈을 타, 선수들에게 해당 지시를 발빠르게 내렸다. 강원이 시종 밀렸음에도 상대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내주지 않은 이유다.

강원의 수비 조직은 놀라울 정도다. 흐트러짐이 없다. 전방 압박을 하는 가운데서도, 후방에서 흔들림 없이 공간을 지워버린다. 정 감독은 최근 움직임이 많은 김대우, 김강국, 구본철 등을 활용해, 미드필드와 수비 사이, 이른바 포켓 공간을 완벽히 막고 있다. 정 감독은 적극적인 변화를 통해, 상대 벤치와의 지략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있다. 공격 작업이 아쉽기는 하지만, 현재 자원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다. 강원은 끝까지 버티다 한방으로 승리를 노리고 있다. 이 전략이 맞아떨어지며, 강원은 최근 5경기에서 승점 8을 수확했다.

사실 정 감독 역시 처음에는 빌드업을 통한 주도적인 축구에 도전했다. 하지만 공격진이 상대에 부담을 주지 못하자, 발빠르게 방향을 선회했다. 결과를 잡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생각을 고수하다, 초반 승점을 잃을 경우, 추격이 어렵다는 계산을 내렸다. 정 감독은 "5월까지 승점 확보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지금 흐름을 잡으면 나중에 올라갈 수 있는만큼, 경기력 보다는 결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정 감독의 전략은 강호를 상대로 더욱 빛을 내고 있다.

정 감독은 김천 상무에서 김대원, 서민우 등이 전역하고,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더해지는 여름을 승부처로 보고 있다. 강윤구 강준혁 등 장기 부상자들도 돌아오는만큼,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게 정 감독의 판단이다. 일단 그 전까지는 최대한 승점을 쌓아야 한다. 감독실의 불이 꺼질 수 없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