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조르지는 포항 스틸러스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조르지는 2024년 포항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갓 부임한 박태하 감독의 픽이었다. 조르지는 2023년 충북청주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무려 13골을 넣었다. 박 감독은 12골을 넣은 '주포' 제카가 중국으로 떠나자,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으로 활약하며 눈여겨 본 조르지를 여러 팀과의 경쟁 끝에 데려왔다.
하지만 조르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34경기에 나섰지만, 4골-3도움에 그쳤다. 6월 김천 상무와의 16라운드에서 마수걸이 골을 기록할 정도로 지독한 골가뭄에 시달렸다. 지난 시즌 포항은 중반까지 선두를 질주하다, 결국 4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는데 '조르지만 제몫을 했더라도 더 높은 순위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올 시즌, 조르지의 거취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박 감독은 조르지에 대한 믿음을 보이며, 동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조르지는 좀처럼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14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박 감독은 조르지가 브라질에서 뛰었던 왼쪽 측면으로 위치까지 바꿔줬지만, 좀처럼 조르지의 골은 터지지 않았다. 도움만 2개를 기록했다. 조르지의 결정력 부족은 조롱의 대상이 됐다.
길고 길었던 무득점의 터널 속 빛이 찾아왔다. 조르지는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16라운드에서 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조르지는 1-1로 팽팽하던 전반 36분 수비를 따돌린 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대전 골망을 흔들었다. A대표팀에 발탁된 '리그 최고의 수문장' 이창근이 몸을 날렸지만,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슈팅이었다. 조르지는 포효하며 마음고생을 날렸다.
경기 전 박 감독은 조르지에 대해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다. 박 감독은 "조르지가 순진하다. 브라질에서도 깡촌에 살았다더라. 골도 못넣고 조바심이 날 법 하지만, 확실히 지난해 보다는 경기력이 좋아졌다. 골은 없어도 흔드는 부분에서 기여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조르지는 박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대전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전반 32분 동점골 장면에 기점을 한데 이어 36분 역전골을 뽑았다. 후반 26분에는 김인성의 쐐기골까지 도왔다. 조르지는 이날 1골-1도움-1기점이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팀의 3대1 역전승에 기여했다. 박 감독은 "참 오래 기다렸다. 나 뿐만 아니라 조르지 본인도 심적으로 부담이 있었고, 그럼에도 꾸준히 훈련해온 보상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자만하지 않고 지금처럼 한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너무 잘 맞아서 골이라고 생각했다"는 조르지는 "나에게 있어 자신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골이다. 경기를 치르면서 언젠가 이 순간이 올거라 믿었기에 부정적인 목소리에 신경쓰지 않고, 동료들과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앞으로 좋은 활약을 이어가는 것만 남았다"고 미소지었다. 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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