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올 시즌 핵심 육성 타자인 SSG 랜더스 고명준. 마침내 알을 깨고 나온걸까.
시작은 작년이었다. 이숭용 감독은 부임 첫 시즌을 앞두고, 주전 1루수 경쟁 구도를 전격 선언했다. 스프링캠프부터 전의산과 고명준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시켰고, 그 기회를 고명준이 먼저 잡았다. 전의산은 상무 입대를 선택해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사실상 데뷔 첫 1군 풀타임 기회. 그러나 아쉬움이 더 컸다. 고명준은 106경기에서 홈런 11개를 치며 중심 타자로서의 잠재력을 선보였지만, 부상과 기복이 있는 타격이 겹치면서 2년차 시즌에 대한 과제를 남기고 첫 해를 마쳤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SSG 코칭스태프가 가장 중점적으로 공을 들인 선수 중 하나가 바로 고명준이다. 포수 조형우, 내야수 정준재와 박지환 그리고 고명준까지. 4명의 선수들이 올해 확실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청라돔 시대를 앞둔 주전 육성의 미래가 그려질 수 있다고 봤다. 특히 1루수 출신인 이숭용 감독과 강병식 타격코치가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공을 들인 선수가 고명준이었다.
올 시즌을 주전 1루수로 시작한 고명준은 개막 초반에는 다소 미약하게 출발했다. 그러다가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부상으로 1루 수비가 가능한 라이언 맥브룸을 대체로 영입하면서 선발에서 제외되는 경기들도 나왔다.
그런데 최근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 지난 5월 18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홈런 포함 2안타 4타점 경기를 펼친 후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3할6푼6리(41타수 15안타)를 기록 중이다. 홈런도 3개나 터뜨렸고, 10개의 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9일 인천 NC 다이노스전에서는 4번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을 올렸다. 이숭용 감독은 하루 전날 '백투백' 홈런을 쳤던 3번 최정-4번 한유섬 조합 대신, 3번 최정-4번 고명준-5번 한유섬 조합을 선택했다. 고명준이 네번의 타석 전부 안타를 터뜨리면서 선택은 적중했다.
의외로(?) 4번 타순에서의 성적이 가장 좋다. 고명준은 올 시즌 5번 타순에서 가장 많은 78타석에 들어섰는데, 타율 2할8푼2리를 기록하는 반면 4번 타순에서는 3할6푼4리로 가장 고타율을 기록 중이다. 물론 타석 수의 차이가 있지만, 최근 좋은 타격감과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다.
올 시즌 개인 목표를 '30홈런'으로 내걸었을만큼 많은 준비 끝에 시작한 고명준. 지난해 타석 기복의 원인으로 지적받았던 멘털적인 측면도 올해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아직 5홈런이지만 기대보다 장타가 덜 나오더라도 상관 없다. 지금처럼 정타를 많이 만들어가면서 찬스 상황에서 자신감을 더 갖춰나간다면, 자연스럽게 장타도 생산되기 마련이다. 드디어 고명준이 주전 1루수이자 중심 타자로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