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김민혁은 물론 팀 사정도 있었겠지만, 며칠을 두고 본 적이 내 기억에는 없는 것 같아서…."
두산 베어스 김민혁이 1군에서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또 놓쳤다. 김민혁은 7일 2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구단이 김민혁에게 기회를 준 기간은 단 4일. 짧다면 짧은 기간인데, 김민혁도 너무 아무것도 보여주질 못했다. 4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타석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자 자신 없는 스윙으로 돌아갔고, 결국 선발 제외 이후 1군 엔트리 말소로 이어졌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3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부터 팀을 이끌면서 무한 경쟁을 예고했다. 김민혁과 같이 2군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1군에 올라올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젊은 유망주들을 대거 콜업했다. 김동준 박준순 이선우 여동건 등이 김민혁과 함께 기회를 얻었다.
조 감독대행은 김민혁에게 1루수로 나설 수 있는 우선권을 줬다. 주전 1루수였던 양석환은 2군에서 최소 열흘은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내도록 조치한 상황. 여기서 김민혁이 1군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 하나만 보여줬다면, 양석환이 돌아와도 1군에 남아 있을 명분을 충분히 만들 수 있었다. 김민혁은 올해 퓨처스리그 38경기에서 타율 0.357(115타수 41안타), 5홈런, 30타점으로 좋은 타격감을 증명하기도 했다.
조 감독대행은 "김민혁은 물론 팀 사정도 있었겠지만, 며칠을 두고 본 적은 내 기억에 없는 것 같다. 우리가 판단을 하려면 그래도 단 몇 타석이라도 꾸준히 봐야 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가능성은 계속 갖고 있는 선수고, 본인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하고 우리도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됐다'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그 며칠을 김민혁에게 부여할 생각"이라고 했다.
무한 경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김민혁에게는 대놓고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한 셈인데, 너무도 허무한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또 냉정히 김동준과 경쟁에서 밀렸다. 김동준은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9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기대주로 코너 외야수와 1루수가 가능하다. 김동준이 입단했을 당시 두산을 이끌던 김태형 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김동주를 보는 것 같다"고 극찬했을 정도로 재능이 있었다. 김동준은 수비가 약해 2군에서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김민혁과 함께 이번에 1군에서 기회를 얻었을 때 10타수 6안타, 1홈런, 2타점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냈다. 두산이 엔트리 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결국 김민혁이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김민혁은 광주동성고를 졸업하고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6순위로 두산에 입단해 차기 4번타자라 불린 선수다. 두산이 늘 키우고 싶어했던 우타 거포의 재능을 지닌 선수. 구단은 김민혁이 입단 11년차가 된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기회를 주며 잡길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1군에만 오면 본인의 재능을 다 펼치지 못해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김민혁은 1군 통산 118경기에서 타율 0.220(214타수 47안타)에 그치고 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