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흥민아, 나랑 일(축구)좀 같이 하자'
토트넘 홋스퍼의 '리빙 레전드' 손흥민을 둘러싼 이적시장의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 새로 팀에 부임한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자신의 애제자인 브라이언 음뵈모의 영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자연스럽게 손흥민의 자리가 사라질 듯 하자 이적설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물론 프랭크 감독이 공식적으로 손흥민을 내보내고 싶다는 말을 하진 않았다. 일각에서는 프랭크 감독이 손흥민의 잔류를 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토트넘 소식에 정통한 알레스데어 골드 풋볼런던 기자는 13일(이하 한국시각)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손흥민이 부상을 회복할 경우 프랭크 감독의 투톱 스트라이크 전술에 적합할 수 있다. 도미닉 솔란케와 함께 나설 수 있다"면서 "프랭크 감독 체제에서 손흥민이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는다면 더 많은 골을 넣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잔류가 프랭크 감독의 전술을 더 살려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풋볼 인사이더 역시 '프랭크 감독은 손흥민의 미래에 대한 발언권을 원하고 있다. 그는 손흥민을 잔류시키려는 마음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동시에 토트넘이 이적료를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손흥민을 매각해 프랭크 감독이 원하는 음뵈모 영입 자금으로 활용하고 싶어한다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프로구단이 거액을 들여 손흥민을 영입하려 한다는 보도가 이미 수 차례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과거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호흡을 맞췄던 '스페셜 원' 조제 무리뉴 페네르바체 감독이 이적시장에 나올 손흥민을 영입하려고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튀르키예 CNN은 13일 '페네르바체가 다음 시즌 전력 보강을 위해 손흥민을 영입하려고 한다. 이미 토트넘과 공식 협상을 시작했다. 특히 무리뉴 감독과 알리 코치 페네르바체 회장이 적극적으로 손흥민의 영입을 원하고 있다'면서 '손흥민 역시 무리뉴 감독과 함께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두 구단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면 손흥민의 이적이 성사될 수 있다'고 전했다.
페네르바체는 손흥민의 영입을 위해 거액의 연봉을 지불할 의사도 있다. 튀르키예 CNN은 '손흥민 측이 토트넘에서 받는 연봉의 2배인 1200만 유로(약 190억원)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손흥민 측도 페네르바체 입단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단 손흥민은 공식적으로는 자신의 거취에 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조별리그 B조 최종전을 마친 뒤 "일단 계약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하는 것보다 기다려야 한다"면서 "다른 많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미래가 궁금하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한다. 어디에 있든지 최선을 다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변함 없다"며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행간의 의미를 잘 파악해보면 손흥민은 '급할 것 없다'는 입장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적시장에서 최대한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토트넘에 잔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음 시즌에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챔피언스리그 및 EPL 무대에서 부상을 회복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주가가 더 뛸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무엇보다 내년 겨울 이적시장이 되면 손흥민은 FA(자유계약) 조건을 얻는다. 이적료 부담이 없기 때문에 보다 많은 구단이 더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올 수도 있다. 심지어 토트넘이 재계약을 제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모든 키는 손흥민이 쥐고 있는 셈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