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팬 여러분께 감사하다. 매 경기 나를 위해서 응원해 주시고, 나와 내 가족에게 많은 사랑을 보내 주셔서 감사하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에이스 데니 레예스가 정든 팀을 떠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레예스는 방출 통보를 받고 마지막으로 경기장을 찾아 동료들과 인사할 때까지 밝은 미소만 보여줬는데, 1년 6개월 동안 큰 사랑을 보내준 삼성 팬들을 언급하다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삼성은 지난 14일 레예스를 웨이버 공시했다. 레예스는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도중 오른쪽 발등 미세 피로골절 진단을 받아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는데, 복귀 후 10번째 등판이었던 지난 7일 대구 NC 다이노스전에서 또 한번 오른쪽 발등 통증을 호소했다. 검진 결과 다시 한번 미세 피로골절 진단이 나왔다. 삼성은 레예스와 더는 동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임시 대체 외국인 제도를 이용하는 대신 전면 교체를 선택했다.
레예스는 덤덤히 현실을 받아들였다. 레예스는 지난 시즌 26경기에서 11승4패, 144이닝, 평균자책점 3.81로 맹활약하며 삼성의 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끌었다. 삼성이 원래 외국인 에이스로 기대했던 코너 시볼드가 부상을 이유로 포스트시즌 직전 한국을 떠나 돌아오지 않을 때도 레예스는 묵묵히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줬다.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2승, 13⅔이닝, 평균자책점 0.66으로 활약하며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고, KIA 타이거즈와 한국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실점 호투로 또 한번 승리 투수가 됐다. 포스트시즌 3전 전승의 사나이. 삼성의 영웅이었던 레예스 덕분에 삼성은 4전 전패 굴욕은 피하면서 1승4패로 준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부상 여파인지 자기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10경기에서 4승3패, 50이닝, 평균자책점 4.14에 그친 뒤 짐을 쌌다.
레예스는 15일 삼성 구단 TV와 인터뷰에서 "작년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을 던질 때마다 즐거웠다. 여기서 있었던 모든 일들이 행복했다. 여러분 앞에서 플레이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사랑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나를 많이 도와주고 야구장 안에서 좋은 경험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 한국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주고 나와 내 가족들까지 좋아해 줘서 고맙다. 같이 경기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남은 시즌 다들 잘해서 꼭 한국시리즈 우승했으면 좋겠다. 사랑한다"고 덧붙이며 감사를 표했다.
레예스는 삼성 동료들 한 명 한 명을 마지막으로 찾아다니며 진한 포옹을 나눴고, 특히 배터리 호흡을 맞추며 깊은 정을 쌓은 포수 강민호와 더욱 뜨겁게 마지막 포옹을 했다.
눈물로 떠난 레예스를 뒤로 하고, 삼성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아리엘 후라도와 원투펀치를 이룰 투수로 텍사스 레인저스 출신 강속구 우완 헤르손 가라비토를 영입할 예정이다. 삼성은 사라비토와 계약을 마무리하고 발표만 앞둔 상황이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