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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영웅이 탄생하는 법' 홍민기 155km-박재엽 결승 스리런, 둘이서 찢었다...롯데, 1위 한화 6연승 저지 [부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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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난세에 영웅이 탄생하는 법.

롯데 자이언츠가 두 신예 선수 덕에 위기에서 탈출했다. 홍민기, 박재엽 두 어린 선수들이 만들어낸 값진 승리였다.

롯데는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6대3 승리를 거뒀다. 1위 한화의 6연승을 저지했다. 그리고 자신들도 2연패에서 탈출했다.

경기 전은 롯데쪽에 걱정이 많은 경기였다. 선두 한화의 기세가 워낙 좋았다. 한화 선발 엄상백은 올해 성적이 좋지는 않지만, 최근 2경기 연속 6이닝 9삼진 2실점 경기를 해 살아나고 있었다. 또, 롯데는 박세웅과 김진욱의 부진으로 인해 선발이 구멍난 상태에서 이날 임시 선발이 들어가야 하는 날이었다.

롯데는 좌완 홍민기를 선발로 깜짝 출격시켰다. 2020년 대전고를 졸업하고 입단한 선수. 좌완 파이어볼러로서 가능성은 보였지만, 고질인 제구 불안으로 인해 1군에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군 6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선발은 작년 5월 LG 트윈스전 임시로 나선 경험이 전부였다. 올해는 1군에서 불펜으로만 2경기를 던졌다.

하지만 1회초부터 반전 조짐이 있었다. 홍민기가 이원석을 상대로 던진 초구 153km 직구가 낮은쪽 존에 걸렸다. 자신있게 공을 던졌다. 직구 구위가 훌륭했다. 슬라이더는 조금 밋밋했지만, 직구가 워낙 빠르니 타자들 타이밍을 뺐기에 좋았다. 1회 삼자범퇴.

2회초에도 홍민기는 흔들리지 않았다. 2사 후 김태연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이도윤을 침착하게 내야 땅볼로 유도하며 무실점 이닝을 더했다.

그러는 사이 타석에서는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고졸 신인 포수 박재엽이 일을 냈다. 포수 전문가 김태형 감독이 "포수로서 재능이 타고났다"고 평가하며 이날 처음 선발로 출전시켰다. 김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가능성을 보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물론 유강남이 2군에 가고, 정보근의 무릎이 안좋은 상황 등 때문에 내린 고육지책 카드이기는 했다.

하지만 대성공. 2회까지 투수리드도 완벽했던 박재엽은 2회 2사 1, 2루 찬스에서 상대 선발 엄상백으로부터 천금의 선제 결승 스리런포를 때려냈다. 볼카운트 1B 상황서 엄상백이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고 잡아당겼고,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큰 타구가 사직구장 좌측 펜스 넘어 관중석에 떨어졌다. 올시즌 두 경기, 단 두 타석에 들어섰던 박재엽인데 프로 세 번째 타석에서 첫 홈런을 쳐냈다. 첫 안타는 아니었다. 두 번째 경기였던 5월2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2루타를 쳤었다.

신인 선수에게 일격을 당한 엄상백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한태양, 김동혁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여기에 우익수 김태연의 어이없는 송구 실책까지 더해져 2회 실점은 4점으로 늘었다.

엄상백은 3회 반등하나 했지만, 4회를 넘기지 못하고 강판됐다. 또 박재엽이 문제였다. 전 타석 맞은 홈런이 생각났는지, 2사까지 잘 잡고 박재엽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이후 한태양에게 안타, 그리고 김동혁에게 싹쓸이 2루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한화는 5회초 추격에 나섰다. 처음부터 전력 투구를 한 홍민기의 힘이 떨어졌다. 이도윤과 최재훈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투수 교체. 좌완 정현수를 맞이해 한화도 하주석 대신 우타자 이진영을 내세웠고 이진영이 1타점 희생플라이를 쳤다. 하지만 추가점 찬스에서 1번 이원석이 주자를 3루에 두고 3루 땅볼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롯데는 정현수에 이어 김강현이 6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해주며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7회부터 필승조 가동. 최준용이 7회를 막았다. 8회 정철원이 난조를 보이며 2실점을 했지만, 롯데에는 마무리 김원중이 있었다. 김원중이 8회 2사 상황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그렇게 롯데의 승리가 완성됐다. 김원중은 시즌 18번째 세이브이자, 롯데 선수 최초 150세이브 투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롯데 선발 홍민기는 직구 최고구속 155km를 찍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직구와 슬라이더 투피치로도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개인 승리보다 더 값진 투구를 어려운 상황에서 해줬다. 김태형 감독의 '물개 박수'를 이끌어낸 투구였다. 문제라던 제구도, 흔들리는 상황도 있었지만 예상 외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박재엽은 이날 선제 스리런 홈런 뿐 아니라, 안타에 볼넷 2개까지 전 타석 출루를 하는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경기 끝까지 투수 리드도 성공적으로 해냈고, 블로킹 등 기본기도 탄탄해보였다. 김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부산=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