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어찌 잊으랴, 그날을…." 지난 22일 부산 아이파크 관계자들은 충북청주와의 K리그2 17라운드를 앞두고 이렇게 곱씹었다. 그러면서 "오늘 승리하면 완전한 징크스 탈출을 선언해도 좋을 것 같다. '확인사살'을 할 기회다"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조성환 부산 감독도 "이상한 먹이사슬을 만들면 안된다. 충북청주를 보면 팬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빨리 불식시켜야 한다"라며 충북청주전 각오를 밝혔다. 그런데 2시간 여 뒤, 2대2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부산 구단은 "충북청주 징크스가 이상하게 지독하다"며 금세 풀이 죽었다. 부산이 유독 충북청주에 민감 반응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비겼지만, 패배한 것 이상의 (나쁜)기분"이라는 조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충북청주와의 악연이 묘하게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부산 팬들도 결코 잊을 수 없는 통한의 그날은 2023년 11월 26일이다. 당시 K리그2 2023시즌 최종전, 충북청주와의 원정경기. 김천상무에 승점 1점 앞선 1위를 달리던 부산은 8위에 그쳤던 충북청주에 승리하면 2부리그 우승으로 다이렉트 1부 승격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후반 추가시간(49분)에 통한의 동점골(1대1)을 허용하며 최종 승점 1점차로 역전한 김천상무에 다이렉트 승격을 헌납했다. 구단 관계자는 "우승 시상식을 위해 플래카드와 축포를 준비하다가 망연자실했던 악몽의 순간을 어떻게 잊겠는가"라며 아직도 또렷한, 아픈 기억을 회상했다.
부산의 '충북청주 징크스'는 이때부터 본격화했다. 2023년부터 K리그2에 참가한 충북청주는 첫 시즌 부산전 무패(3무), 2024년 5월 시즌 첫 맞대결도 0대0으로 비겼다. 충북청주로 인해 승격에 실패한 뒤 2024시즌을 맞았지만 이전보다 못한 성적을 내자 박진섭 전 감독이 7월 중도 사퇴했고, 조 감독이 새 지휘봉을 잡았다. 충북청주는 조 감독에게도 악연을 안겼다. 조 감독이 부산 사령탑 데뷔전인 전남전(3대2 승·7월 20일)에 이어 경남전(2대1 승·7월23일)까지 승승장구하다가 29일 충북청주를 만나 0대2로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조 감독은 10월 29일 시즌 최종 맞대결서도 0대1로 패하며 통산 상대전적 4무2패의 압도적 열세 속에 2024시즌을 마감했다.
그랬던 부산이 지난 5월 11일 2025시즌 첫 맞대결인 청주 원정에서 2대0 승리하며 마침내 만세를 불렀다. 당시 승리로 조 감독 부임 이후 최다 연승(4연승)까지 기록했으니 기쁨은 두 배였다. 하지만 이번 17라운드에서 원점으로 돌아간 분위기가 된 것도 모자라 더 찜찜해졌다. 부산은 지난 맞대결에서 2-1 승리를 눈 앞에 두고 있던 후반 추가시간(46분)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2023시즌 최종전에서 통한의 동점골을 당한 장면을 소환하기에 충분했다.
쓰린 가슴에 소금을 뿌린 격인 가운데 지난 7일 안산전(0대2 패)까지 떠올리게 했다. 그 패배로 부산은 리그 11위 안산의 시즌 첫 연승을 만끽하게 해줬고, 감독 중도 사퇴 소용돌이애 빠진 12위 충북청주에게는 3연패 탈출을 선사했다. '잡아야 할 팀을 잡지 못하는' 징크스까지 떠안으며 승격을 노리는 부산으로선 큰일이다. 조 감독이 "책임감, 자기 관리, 훈련 프로그램 등 모든 면에서 다시 준비하겠다"며 다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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