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레전드 대우는 없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쉽게 놓아줄 뜻이 없다. 24일(한국시각) 토트넘뉴스는 브라이언 킹 전 토트넘 스카우트의 말은 인용해, '토트넘이 손흥민의 이적료로 1억파운드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매체는 '손흥민이 올 여름 토트넘을 떠날 가능성은 50대50이다.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손흥민과 함게 뛸 기회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레비 회장도 이 정도 제안을 거절할 수 없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마케팅적 가치를 감안해, 그만한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안 다크 역시 "손흥민은 정말 유명한 이름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효과가 좋기 때문에 좋은 투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는 2023년 여름부터 손흥민을 원했다. 알 이티하드가 강력한 구애를 보냈다. 이적료 6000만유로에, 연봉은 3000만유로, 4년 계약을 제시했으니 총액은 1억2000만유로에 달한다. 하지만 손흥민은 "대한민국 캡틴은 중국에 가지 않는다"는 기성용(서울)의 말을 인용해, 거절의 뜻을 전했다. 이후 사우디의 구애는 더욱 거세졌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뛰고 있는 알 나스르를 비롯해, '사우디 최강' 알 힐랄, 알 이티하드 등이 오일달러를 앞세워 손흥민을 흔들고 있다. 선수 커리어의 황혼기에 접어든만큼,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사우디의 알빌라드는 '올 여름 알아흘리와 알나스르, 알카드시아가 그의 영입을 위해 이적료 4000만 유로(약 634억 원) 제안을 준비하고 있어 이적설 불씨가 다시 타올랐다'며 '특히 지난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알아흘리는 지난 1월 포르투에서 브라질 출신 윙어 갈레누를 품에 안았음에도 측면 보강에 가장 열성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사우디 매체 HIHI2 역시 '알나스르와 알카드시아의 경쟁 속에서 알아흘리가 손흥민 영입에 임박했다'고 했다.
사우디 입장에서도 1억파운드는 엄청난 규모지만,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는 투자를 한 사우디인만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협상의 귀재 레비 회장이 나서는만큼, 이적료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사우디 입장에서도 아시아 최고 스타 손흥민은 굉장히 구미가 댕기는 자원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 규정을 생각하면 손흥민의 가치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엄청난 이적료를 챙적한데다, 투어를 통한 수익까지 얻겠다는 생각이다. 토트넘핫스퍼뉴스는 팟캐스트 진행자 존 웬햄의 주장을 전했는데, 그에 따르면 이번 한국 투어에서 손흥민이 참가하지 않을시 위약금은 200만파운드 정도로 알려져 있다. 축구 재정 전문가 댐 플럼리는 "손흥민이 계약상 반드시 뛰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면, 토트넘이 왜 손흥민을 붙잡아두려고 했는지 알 수 있을 거다. 손흥민은 경기장 밖에서 대단히 중요한 선수"라며 "토트넘이 한국에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른 파트너들 사이에 손흥민과 관련하여 브랜드 연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손흥민이 계약상 이 대회에 출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 이적은 한국 투어 이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영국 BBC도 앞서 '손흥민의 토트넘에서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토트넘의 한국 투어는 손흥민의 미래에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토트넘의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소식통에 따르면 손흥민은 다음 시즌 전에 토트넘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가 없으면 투어 주최측과 큰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는만큼 아시아 투어 전까지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토트넘은 7월31일 홍콩에서 아스널과 영국 밖에서 갖는 첫 북런던더비를 치른 후, 8월3일 서울에서 뉴캐슬과 경기를 갖는다. 토트넘은 지난 10년 동안 5번이나 한국을 찾았다. 손흥민의 인기 덕분에, 많은 수익을 벌어들였다. 이번에도 많은 이벤트들이 준비됐고, 핵심은 역시 손흥민이다. 손흥민이 만약 빠진다면, 토트넘 입장에서는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 토트넘-뉴캐슬전에는 손흥민이 출전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1년만의 유럽 무대 우승을 이끈 손흥민은 명실상부 토트넘의 살아있는 레전드로 입지를 분명히 했다. 우승을 위해 떠난 해리 케인, 가레스 베일, 루카 모드리치 등과 달리, 손흥민은 끝까지 토트넘에 남았다.
손흥민은 아시아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숱한 영광을 이뤄냈다. 2020년 한해 가장 멋진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FIFA(국제축구연맹) 푸스카스상, 4번의 EPL 이달의 선수상, 9번의 베스트 풋볼러 인 아시아상 등을 수상했다. 이밖에 열거하지 못한 상까지 포함하면, 누구보다 빛나는 커리어를 쌓았다.
이 모든 것을 토트넘에서 이뤄냈다. 2015년 독일 레버쿠젠을 떠나 잉글랜드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10년간 팀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토트넘 역사상 6번째로 많은 454경기에 출전해, 5번째로 많은 173골을 넣었다. 도움은 당당히 1위다.
하지만 손흥민도 세월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다. 지난 시즌 두자릿수 득점에 실패했다. 2016~2017시즌 이후 이어온 두자릿수 득점 기록이 9시즌만에 마감됐다. 2016~2017시즌 14골을 넣은 것을 시작으로 2017~2018시즌과 2018~2019시즌 12골씩을 넣었다. 2019~2020시즌에는 11골, 2020~2021시즌에는 17골을 기록했다. 2021~2022시즌 23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2022~2023시즌에는 부상으로 인해 부진했음에도 10골을 넣어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에는 17골을 넣었다. 역대 EPL에서 8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손흥민을 포함해 단 7명뿐이다.
부상 등이 겹치며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냉정히 뜯어보면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적 이유가 크지만, 확실히 전성기만큼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토트넘은 손흥민과의 재계약을 주저했다. 당초 손쉽게 장기 재계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동행을 결정했다. 그것도 연장 옵션을 발휘하는데 그쳤다. 손흥민은 2026년 여름까지 토트넘에 남기로 했다.
'언터처블'이었던 손흥민의 토트넘 내 입지도 달라졌다. '지난 시즌 17위에 머문 토트넘이 이제 새판을 짜야 한다'는 여론이 이어지며, '핵심' 손흥민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생겼다. 토트넘은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하고 토마스 프랭크 감독을 데려오며, 변화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손흥민의 포지션에 뛰는 마티스 텔을 완전 영입한데 이어, 브라이언 음뵈모(브렌트포드)도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브콜이 이어졌다. 토트넘 입장에서도 올 여름은 손흥민으로 이적료를 벌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현지에서는 토트넘이 손흥민 매각에 열려 있다는 보도가 줄지어 나왔다. 사우디를 비롯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 튀르키예 등이 손흥민을 원하고 있다. 토트넘에서 함께 한 조제 무리뉴 감독이 있는 페네르바체도 손흥민에 적극적이다. 이적료가 있는만큼, 빅클럽들은 발을 뺐지만, 그래도 많은 팀들이 손흥민을 원하고 있다. 마케팅적으로나, 실력적으로 손흥민은 분명 매력적인 영입 대상이다.
일단 손흥민의 미래는 프랭크 감독과의 미팅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토크스포츠'는 '손흥민과 토트넘은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 손흥민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많다'고 했다. 이어 '여기에는 재계약을 요구하거나, 프랭크 감독 체제에서 얼마나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했다. 토크스포츠는 마지막으로 '토트넘은 아직 사우디나 다른 클럽들로부터 어떤 제안도 받지 않았다. 매력적인 제안이 들어온다해도 강제로 손흥민을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토트넘이 손흥민의 이적 여부를 선수 본인에게 완전히 일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23일 스퍼스웹에 따르면 '프랭크 감독은 손흥민의 미래에 대해 구단에 이미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손흥민의 잔류를 환영하고 있지만, 다음 시즌 대대적인 리빌딩이 예정돼 있어 손흥민이 다소 제한적인 역할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했다. 결국 손훙민의 선택에 달렸다는 이야기다. 손흥민은 일단 지난 쿠웨이트전 이후 "일단은 계약기간이 남아있다. 어떤 말을 하는 것보다 기다려야 한다. 많은 분들처럼 나도 내 미래가 궁금하다.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한다. 어디에 있던 최선를 다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변함 없다. 최선을 다해 잘 준비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