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55㎞ 이상의 '광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하루에 3명이 나왔다. 부상병동 속 힘겨운 경기를 치르고 있는 와중에도 희망이 있는 이유다.
롯데 자이언츠는 27일 부산 KT 위즈전에서 8대11로 역전패했다. 4회까지 8-3으로 앞서던 경기였지만, 믿었던 불펜이 흔들리며 역전패를 당했다.
선발 이민석이 3회까지 거듭된 내야 실책에 흔들리며 5실점으로 흔들리긴 했지만, 어지간하면 선발투수를 길게 끌고 가던 기조에서 빠른 교체는 승리를 향한 의지가 담긴 것.
다만 홍민기-김강현-정현수-최준용으로 이어진 나름의 승리 플랜에서 뜻밖에도 최준용이 크게 무너지며 역전패를 허용했다.
그래도 이날 롯데는 보유한 강속구 투수들을 두루 기용하며 미래를 향한 희망을 봤다.
선발 이민석을 비롯해, 홍민기, 9회 등판한 윤성빈은 모두 이 경기에서 155㎞ 이상의 직구를 과시했다. 최준용도 최고 153㎞ 직구를 구사했다.
김태형 감독은 부임 이후 우승청부사보다는 리빌딩에 가까운 행보를 밟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폭넓은 선수 기용을 통해 뎁스를 두텁게 하고 있다.
특히 올시즌에는 시즌초부터 3위권으로 치고 올라갔음에도 거듭된 부상에 시달렸다. 지난해 팀 타선의 주축을 이루던 윤고나황손이 모두 부상에 시달렸고, 고승민을 제외한 4명은 재활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그래도 전준우와 레이예스가 시즌 내내 큰 부상 없이 중심 타선에서 제몫을 해주며 팀을 이끌었고, 내야수 전민재, 외야수 장두성-김동혁, 신인 박재엽-한승현 등을 두루 1군에서 기용하며 가능성을 지켜봤다.
투수진 역시 시즌 초에는 박세웅-데이비슨, 중반 이후는 감보아 나균안을 중심으로 선발진을 안정화시키는 한편 정현수 송재영 김강현 박진 홍민기 윤성빈 등 유망주들을 대거 기용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 입장에선 롯데에 유망주가 많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1군 선수단 뎁스가 그만큼 얇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홍민기-윤성빈처럼 1군에서 거의 보기도 힘들었던 투수들은 선발, 불펜으로 적극 기용하며 조금씨조금씩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행보가 눈에 띈다.
김태형 감독은 일단 올스타휴식기 전까지는 톱3를 유지하고, 이후 후반기 선두권으로 도약한다는 플랜을 꿈꾸고 있다. 롯데가 기다려온 8년만의 가을야구를 이뤄낼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