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돔구장 야간경기서 일사병 교체라니…10일 만에 등판한 에이스 4회 2사후 갑자기 주저앉아, 지붕만 얹은 '사우나돔'이 문제[민창기의 일본야구]

by

세이부 라이온즈 에이스 이마이 다쓰야(27)는 현시점에서 일본프로야구 최고 투수다. 사이영상 수상자인 트레버 바우어(요코하마 베이스타즈)는 이마이가 메이저리그에 당장 가도 통할 것이라고 칭찬한다. 2017년 신인 1지명으로 입단해 올해까지 2년 연속 개막전 선발을 맡았다. 공표한 적은 없으나 메이저리그 도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LA 에인절스에서 선발로 뛰고 있는 기쿠치 유세이(34)가 세이부에서 성장해 더 큰 무대로 갔다. 기쿠치는 메이저리그 통산 '44승'을 기록 중이다.

이마이는 개막전부터 12경기에서 6승2패-평균자책점 1.17-104탈삼진을 기록했다. 12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다승과 평균자책점-탈삼진-투구 이닝(92이닝) 1위를 달렸다.

그는 지난 17일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와 인터리그 원정경기에서 9이닝 2안타 무실점 완봉승을 올렸다. 4사구 없이 '17탈삼진'을 기록했다. '전설' 마쓰자카 다이스케(2004년 16탈삼진)를 넘어 세이부 투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다시 썼다. 마지막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직구가 '시속 157km'를 찍을 정도로 구위가 압도적이었다.

27일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 베루나돔(세이부돔). 인터리그가 끝나고 리그전이 재개됐다. 첫 상대는 퍼시픽리그 1위 니혼햄 파이터스. 에이스 이마이가 선발로 나섰다. 요코하마전에서 123구를 던지고 10일 만에 13번째 등판했다.

3회까지 1안타 무실점. 아웃카운트 9개 중 5개를 삼진으로 잡았다. 이전 경기처럼 완벽에 가까운 호투를 이어갔다.

2-0으로 앞선 4회. 니혼햄 선두타자 2번 다미야 유아에게 우월 홈런을 맞았다. 2B에서 시속 137km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살짝 몰렸다.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갔다. 이어 3번 기요미야 고타로를 우전안타로 내보냈다. 후속타자를 내야 땅볼, 삼진으로 처리하고 볼넷을 허용했다.

2사 1,2루 실점 위기에 몰렸다. 이마이는 7번 만나미 츄세이를 상대로 2B1S를 기록한 뒤 무릎에 손을 얹고 웅크려 앉았다. 1B1B에서 던진 81구째 시속 156km 직구가 이날 경기의 마지막 투구가 됐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베루나돔이 술렁거렸다. 사태를 파악한 코칭스태프가 수건과 물을 들고 마운드로 달려갔다. 치료를 위해 그라운드를 떠난 이마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우완 야마다 하루토로 교체됐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이마이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니시구치 후미야 세이부 감독은 컨디션 불량이라고 했다. 상태를 보고 다음 등판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일본 언론은 일사병이 의심된다고 했다. 그런데 돔구장에서 열린 야간경기다. 보통 일사병은 한여름 무더위, 주로 낮시간대에 발생한다. 강한 햇살, 후텁지근한 기온에 오랜 시간 노출됐을 때 위험하다.

그런데 많은 일본 야구인들이 베루나돔의 고온다습한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베루나돔은 도쿄돔이나 에스콘필드, 후쿠오카돔 등 일반적인 돔구장과 다르다. 일반 야구장에 기둥을 세워 지붕을 얹은 형태다. 외벽이 없어 다른 돔구장처럼 냉난방이 불가능하다. 또 그라운드가 지표보다 낮은 지대에 조성돼 있다. 비거리가 큰 홈런이 장외로 나아가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한 여름 원정팀들이 고온다습한 환경에 불만을 터트렸다. 열기와 습기가 가득 차 '사우나돔'이라고 했다. 1999년 지붕을 얹을 때 자연 통풍이 이뤄지는 친환경적인 요소를 강조했는데 현실은 많이 달랐다. 원정팀 트레이너들이 소속 선수들에게 훈련을 마치고 웬만하면 냉방이 되는 벤치 뒤에 있으라고 권유할 정도다.

세이부 구단은 7월 초부터 대규모 냉각기를 가동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에이스가 6월 말 무더위에 경기 초반 교체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타 구단에서 베루나돔 환경에 익숙한 세이부 선수들이 홈구장 어드밴티지가 있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신조 쓰요시 니혼햄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마이가 오늘 일이 트라우마가 안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조 감독은 이전부터 베루나돔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세이부는 이마이가 교체된 후 2-2 동점을 허용했다. 8회 3실점해 2대5 역전패를 당했다. 니혼햄에 4.5경기 뒤진 4위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