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흔히 말하는 강심장, 결정적일 때 슈퍼스타의 자질을 보여준 선수다."
한솥밥을 먹은 적은 없지만, 프로야구 레전드의 은퇴식이다. SSG 랜더스 지휘봉을 잡은지 2년차인 이숭용 감독의 속내는 어떨까.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이숭용 감독은 사령탑 아닌 야구 전문가로서 지켜본 김강민에 대해 "20(홈런)-20(도루)을 하고도 남았을 선수다. 가진 재능에 비해 기록이 조금 아쉽다"고 표현했다.
두 사람은 같은 팀에서 뛴 적은 한번도 없다. SK 왕조 시절에는 태평양 돌핀스-히어로즈 선수-야구 해설위원이었고, 재차 우승을 차지할 땐 KT의 코치와 단장으로 지켜봤던 그다.
이숭용 감독은 "해설위원할 때 이야기를 많이 했고, 지금도 종종 감독실에도 찾아와서 야구 얘기를 하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짐승이란 별명이 잘 어울린다. 진짜 남자다운 선수"라며 "현역 시절에 직접 이야기한 적도 있는데, 20-20이 가능한 선수인데 기량에 비해 퍼포먼스가 안 나온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파워도 있고, 직구에도 강점이 있고, 스피드도 있다. 수비야 대한민국에서 탑을 찍은 선수고, 공격 면에서 좀더 업그레이드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김강민 하면 큰 경기에 강한 선수로 유명하다. 특히 SK가 14경기반 차이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두산을 상대로 역사적인 업셋에 성공했던 2018년, 김강민은 그에 앞선 키움 히어로즈와 맞붙은 플레이오프 5차전 연장 10회말 동점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이해 플레이오프 MVP가 바로 김강민이다.
또 SSG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2022년 키움과의 한국시리즈에선 2-4로 뒤진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말 끝내기 역전 3점홈런을 쏘아올려 한국시리즈 역사상 4번째 끝내기 홈런을 친 타자로 이름을 남겼다. 이로써 한국시리즈 MVP까지 거머쥐었다. 지난해 KIA 타이거즈 최형우가 경신하기 전까지 한국시리즈 최고령 홈런이기도 했다.
이숭용 감독은 "어떤 배포, 흔히 말하는 강심장이 있는 선수다. 결정적인 순간에 치는 게 바로 슈퍼스타 자질"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나는 현역 때 해보려고 무던한 노력을 했는데, 난 항상 동점타나 따라가는 점수를 내고 박재홍이나 심정수가 결정적인 거 한 방을 하더라"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날 김강민은 특별 엔트리로 1군에 이름을 올렸다.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전한 뒤 주심이 플레이볼을 외치면 최지훈과 교체될 예정이다. 이숭용 감독은 '세리머니 같은 건 없나'라는 말에 "두 선수 사이는 특별하니까, 알아서 할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