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후보자님이 관광 쪽에서 오셨다고 관광부 장관인가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최휘영 놀유니버스 대표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데 대해 또렷한 의견을 냈다.
15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창립 105주년 행사 직후 인터뷰에서 문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11일 이재명 정부의 첫 문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기자 출신 최휘영 놀유니버스 대표는 네이버 대표를 거쳐 여행 플랫폼 '트리플'을 창업하는 등 관광, 미디어, 콘텐츠를 관통하는 멀티플레이어 CEO지만 문화연대 등 일부에선 문화강국 시대에 걸맞지 않은 관광 쪽에 치우친 인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왔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스포츠의 젊은 수장, 유승민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문체부장관 지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유 회장은 "저는 MZ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장관님이 관광쪽에서 오셨다고 해서 관광부 장관인가? 문화체육관광부 아닌가. 체육 출신이 아니라고 하면 우리가 협력을 통해 더 관심을 더 가지고 지원을 더 하게끔 만들면 된다. 그런 역할을 체육회가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체육 쪽에서 장관이 오신다고 체육만 하는 것이 아니듯이 체육회가 가진 비전과 실용적인 정책을 보여주고, 체육 발전을 위해 문체부와 협조하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오늘 같은 행사가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실용주의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유승민 회장 취임 후 첫 창립 105주년 행사는 과거와는 사뭇 달랐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역사적 유산이자 상징인 태릉선수촌에서 '1936년생' 이연택 전 대한체육회장부터 '2005년생 피겨스타' 이해인까지 10~80대 체육인 선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여 '노 스포츠, 노 퓨처!(스포츠 없는 미래는 없다!)'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유 회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스포츠를 통한 국민의 건강과 행복, 사회통합 실현'이라는 목표하에 '공정·혁신·신뢰·상생'의 4대 핵심가치, '책임 있는 변화로 다시 뛰는 대한체육회'를 약속하는 '비전 선포'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원윤종 IOC선수위원 후보(봅슬레이), 우상혁(육상), 차준환, 이해인(이상 피겨) 등 국가대표와 꿈나무들이 토크콘서트에서 '운동선배' 유 회장, 김나미 사무총장, 김택수 선수촌장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거침없이 목소리를 냈다. 무엇보다 커스티 코번트리 신임 IOC위원장이 '스위스 로잔' 화상 연결을 통해, 대한체육회의 105주년을 직접 축하하고, '대한민국 대표 올림피언' 우상혁, 최민정과 질의응답을 나누는 장면은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다.
유 회장은 "내빈 소개, 사진 촬영 이런 형식적인 행사가 아니라 멀리서 참여한 체육인들이 단 30분이라도 기억에 남게 건설적으로 만들어보자고 했다. '딱딱하게 하지 말자, 재미있게 하자'고 했고 간부들이 새로운 시도를 잘 해줘서 이런 행사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바로 이런 것이 이재명 대통령께서 강조하는 실용주의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우리가 이런 노력을 계속해나가면 된다. 사실 어떤 분이 장관으로 오고 어떤 분이 차관으로 오든 체육인이 똘똘 뭉쳐 이런 비전을 갖고 설득한다면 체육에 대한 지원도 당연히 늘어날 것이라 저는 믿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IOC선수위원 시절 '올림픽 수영 챔피언 출신 짐바브웨 레전드' 코번트리 위원장과의 막역한 인연이 이날 '깜짝 화상' 연결로 이어졌다. 지난달 취임 후 눈코뜰새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코번트리 위원장이 스위스 로잔 시각 오전 8시에 기꺼이 초청에 응했고 진심을 다해 선수들의 질문에 답했다. 유 회장은 "제가 좀 노력을 했다. 국제교류부에서 공식 초청 메일을 보내고, 제가 따로 연락도 남겼다. 녹화 영상 말고 라이브로 부탁한다고 했다. 선수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기에 직접 대화하는 자리가 성사됐다. 아침이라 목소리 컨디션이 안좋은데 이해해달라는 메시지가 왔고, 너무 고맙다고 바로 답장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스포츠 외교의 현주소다. 글로벌 스포츠의 중심인 IOC, OCA와 직접적으로 긴밀하게 교류하고 파트너십을 현장에서 이어가는 것이 KOC의 스포츠 외교력"이라고 자부심을 표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 선수위원들과 선수위원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더 관심을 갖고 많은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며 원윤종 IOC위원 후보를 비롯해 후배들의 분투를 바랐다. 유 회장은 "잘 준비돼서 의미 있는 행사가 된 것 같고, 선수들 반응과 표정도 좋았다. 코번트리 위원장의 등장에도 힘을 얻었고, 선수들도 큰 영감을 받았을 것"면서 "이런 자리가 더 자주 있어야 한다. 지도자 대상의 토크 콘서트 등도 열어 선수와 지도자가 중심이 되는 체육회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표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