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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2군 투수래' KIA 트레이드 초강수 아니면 어쩔 뻔했나…"우리 잘하면 KIA 더 높은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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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KIA가 필요해서 우리 둘을 데리고 왔다고 생각한다. 우리 둘이 잘하면 KIA가 조금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KIA 타이거즈가 트레이드 초강수를 던지지 않았더라면, 연승도 없었다. 김시훈과 한재승이 연이틀 KIA의 승리를 이끌면서 트레이드 대박 조짐을 보였다.

KIA는 1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3대2로 신승했다. 한화가 베테랑 좌완 류현진(5⅓이닝 3실점 2자책점)을 앞세워 3연승에 도전했는데, KIA 선발 이의리가 5이닝 2실점 투구로 밀리지 않으면서 팽팽한 흐름을 만들었다.

김시훈과 한재승이 뒤를 맡았다. 김시훈은 6회 무사 1루 위기에 등판해 2⅓이닝 1피안타 무4사구 무실점 호투를 펼쳐 이적 후 첫 승을 신고했다.

9회 1점차 상황에 등판한 한재승은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데뷔 첫 세이브를 달성했다. 지난달 31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서 1⅔이닝 1실점 투구로 3대2 승리를 이끌며 이적 첫 승을 신고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큰 공을 세웠다.

KIA가 필승조를 아예 가동할 수 없는 날이었기에 김시훈과 한재승의 호투는 더더욱 가치 있었다. 정해영과 전상현은 3연투가 걸리는 바람에 휴식을 취해야 했고, 조상우는 7월 평균자책점이 14.21까지 치솟을 정도로 극심한 부진에 빠져 현재 2군에서 재정비 중이다.

이범호 KIA 감독은 "오늘(1일) 팀 승리에 김시훈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필승조를 가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2⅓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한재승 또한 1점차 박빙 상황에서 등판해 한화 중심 타선을 너무나도 잘 막아줬다. 이틀 연속 팀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고 칭찬했다.

포수 한준수는 "(두 투수와) 처음 호흡을 맞춰 봤는데, (김)시훈이랑 (한)재승이랑 원래 다른 팀에 있을 때부터 워낙 공이 좋았다. 내가 타석에 들어갔을 때 다 쳐보고 했는데, 그 느낌을 내가 또 반대로 받아 보니까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투수들인 것 같다. 오늘 잘 막아줬고, 위기에 올라왔지만 잘 풀어나가서 우리 팀이 이기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KIA는 후반기 들어 7연패에 빠졌을 정도로 불펜이 완전히 붕괴돼 애를 먹었다. 지난달 28일 NC와 3대3 트레이드를 단행한 배경이다. KIA는 NC에 외야수 최원준과 이우성, 내야수 홍종표를 내주고 김시훈과 한재승, 내야수 정현창을 받아왔다. KIA가 내준 전력은 모두 1군 즉시 전력, 김시훈과 한재승은 NC에서 2군 전력으로 분류돼 있었다. 1군 전력을 내주고 2군 투수들을 받아왔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김시훈과 한재승이 이 평가를 완전히 뒤집고 있다.

수훈선수가 된 김시훈은 동료들에게 시원한 물 세례를 받았다. 투수조 고참 양현종은 큰 양동이에 얼음물을 담아와 '아이스 버킷 챌린지'처럼 김시훈에게 들이부었다.

김시훈은 한재승과 같이 승리를 이끈 소감을 묻자 "재승이가 어제(지난달 31일)에 이어서 또 좋은 공을 던져서 세이브를 했다. 일단은 KIA가 필요해서 우리 둘을 데리고 왔다고 생각한다. 우리 둘이 잘하면 KIA가 조금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시훈은 KIA에 잘 적응했는지 묻자 "계속 있었던 선수처럼 잘 대해주고, 다들 많이 알려 준다. 광주에 오면 팬들의 응원 때문에 마운드에서 압박감이 있고, 기가 눌리는 경험을 했다. 지금은 우리 팀이니까 반대로 생각해서 좋다. 내가 항상 자신감은 죽은 적이 없다. 이런 응원들이 있으면 더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감격적인 세이브를 챙긴 한재승은 "필승조가 모두 못 나오는 날이라 투수코치님께서 중요한 상황에 나갈 수 있다고 하셨다. 팀이 1점차로 이기고 있는 정말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하게 돼 얼떨떨하긴 했지만, 최대한 잘 막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무엇보다 나를 믿고 올려주신 감독, 코치님께 감사했고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재승은 또 "마운드에 올랐을 때 '정말 꿈꾸던 순간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팀의 연승을 이어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던졌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전적으로 포수 한준수를 믿고 던졌던 것이 주효했다. 중간에서 긴 이닝을 막은 김시훈의 투구도 굉장했다. 김시훈이 위기 상황에서 2⅓이닝 무실점 피칭을 했기에 나에게 세이브 상황이 주어지고 경기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팀에 일찌감치 적응을 마쳤다.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하나로 모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중요한 경기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팀이 내게 준 믿음에 보답할 것이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