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야심차게 영입한 FA. 어떤 방법으로 활용해야 하나.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 투수 엄상백(29)과 4년 총액 78억원에 계약했다.
2015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KT에 입단한 엄상백은 선발과 구원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투수로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선발투수로 나와 29경기 출전해 13승10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하며 삼성 원태인, 두산 곽빈(이상 15승)에 이어 국내 선발투수 다승 3위에 올랐다.
한화는 영입 당시 "엄상백의 우수한 구위와 제구, 체력 등을 바탕으로 향후 팀의 선발 로테이션 한자리를 책임져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엄상백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준다면 코디 폰세-라이언 와이스-류현진-문동주와 함께 빈틈없이 선발진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만에 하나라도 엄상백이 선발진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못 잡아도 불펜으로 활용해도 되는 만큼, 한화로서는 나쁘지 않은 투자였다.
그러나 계획처럼 풀리지 않았다. 엄상백은 전반기 15경기에서 1승6패 평균자책점 6.33을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은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5월에는 약 보름의 재정비 시간을 거치기도 했지만,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지 못했다.
결국 후반기에는 선발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구원 투수으로 보직을 옮겼고, 황준서가 5선발로 들어갔다.
구원 등판도 확실하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롱릴리프' 역할을 맡았지만, 7월 나선 3경기 중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실점이 나왔다.
지난 9일 LG전에서 엄상백은 다시 선발로 돌아왔다. 후반기 5선발이었던 황준서가 7일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대체 선발'이 필요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깜짝 선발'을 예고하며 좌완 김범수 카드도 염두에 뒀지만, 최종 선택은 엄상백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1,2위 경기에서 모험수를 두기보다는 경험의 힘을 기대했다.
한 달 만에 선발 등판.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선두타자 승부부터 꼬였다. LG 신민재가 집중력 있게 엄상백의 공을 커트했고, 결국 14구의 승부 끝에 안타를 쳤다. 첫 타자부터 힘을 뺀 엄상백은 후속 문성주를 3구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오스틴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다. 문보경의 볼넷 뒤 김현수를 뜬공 처리했지만, 오지환의 적시타, 박동원의 볼넷으로 이닝을 쉽사리 끝내지 못했다. 구본혁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길었던 1회를 마칠 수 있었다.
2회에도 위기는 이어졌다.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안타를 맞은 뒤 신민재에게 볼넷이 나왔다. 문성주에게 던진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형성됐고, 우중간 2루타와 함께 2실점을 추가로 했다. 결국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한 채 조동욱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총 투구수 59개.
조동욱은 이후 오스틴을 땅볼로 돌려세웠지만, 문보경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엄상백의 실점도 6실점이 됐다.
결국 한화는 초반 실점으로 끌려갔고, 분위기를 바꾸지 못하며 1대8로 패배했다. LG와 맞대결로 선두 탈활을 노렸지만, 승차는 3경기로 벌어졌다.
엄상백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18.47. 시즌 평균자책점도 7.42로 수직 상승했다. 한화로서는 선두 LG와의 맞대결 패배도 뼈아팠지만, 여전히 숙제로 남은 엄상백 활용법에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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