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손흥민(LA FC)이 떠난 토트넘이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다.
토트넘은 14일(이하 한국시각) 이탈리아 우디네의 스타디오 프리울리에서 열린 파리생제르맹(PSG)과의 2025년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에서 전·후반 90분 동안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했다. 슈퍼컵은 직전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챔피언과 유로파리그(UEL) 우승팀이 벌이는 단판 승부다. PSG는 UCL, 토트넘은 UEL을 제패했다.
슈퍼컵은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은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공식경기 데뷔전이었다. 그는 13일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했다.
두 조합의 출발은 환상적이었다. 세트피스에서 2골을 쓸어담았다. 전반 39분 미키 판 더 펜, 후반 3분 로메로, 두 센터백이 골네트를 갈랐다. 프랭크 감독은 3-5-2 시스템을 꺼내들었다. 수비를 단단히 한 후 역습을 근간으로 한 '실리 축구'를 구사했다.
두 골이 터진 세트피스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시절에는 못 본 광경이었다. 프랭크 감독은 브렌트포드 감독 시절 약속된 세트피스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브렌트포드는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기록한 66골 가운데 14골을 세트피스로 넣었다. 아스널, 크리스털 팰리스, 노팅엄 포레스트(이상 17개), 애스턴 빌라(16개), 브라이턴, 에버튼(이상 15개)에 이어 7번째로 세트피스로 재미를 봤다.
프랭크 감독을 보좌해 세트피스를 전담했던 코치는 키스 앤드류스였다. 그는 프랭크 감독이 떠난 새 시즌 브렌트포드의 지휘봉을 잡았다. 프랭크 감독은 토트넘의 새 세트피스 코치로 아스널과 맨유에 몸담았던 안드레아스 게오르그손를 영입했다.
하지만 마지막을 버티지 못했다. PSG의 매듭을 푼 주인공은 이강인이었다. 그는 0-2로 끌려가던 후반 22분 워렌 자이르-에머리 대신 교체투입됐다. 패색이 짙던 후반 40분, 아크 정면에서 비티냐의 패스를 건네받아 골문 구석을 찌르는 왼발 중거리슛으로 추격골을 터뜨렸다.
'대역전 드라마'의 서곡이었다. PSG는 후반 추가시간인 49분 곤살루 하무스의 극적인 헤더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희비는 승부차기에서 엇갈렸다. PSG는 첫 번째로 나선 비티냐가 실축하며 어둡게 출발했다. 하지만 토트넘의 3~4번 키커인 판 더 펜과 마티스 텔이 골네트를 흔들지 못했다.
이강인은 4번째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PSG는 누노 멘데스가 마지막 키커로 출격, 마침표를 찍었다.
PSG는 창단 후 첫 슈퍼컵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강인은 한국 선수로는 첫 슈퍼컵 정상과 골 주인공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프랭크 감독은 아픔이 컸다. 그는 "선수, 팀, 클럽, 팬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선수들이 모든 것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현 시점에서 세계 최고의 팀을 상대로 75~80분 동안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며 "아주 작은 차이에서 승부가 엇갈렸다. 승부차기는 마치 동전 던지기와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리고 "우리는 전술적이고 실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강한 압박과 낮은 수비, 거의 완벽했다. 세트피스는 매우 위협적이었다. 우린 세계 모든 팀과 경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것이 오늘 경기에서 얻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3-5-2 시스템을 꺼내든 배경게 대해서는 "바이에른 뮌헨과의 친선경기 다음 날 결정했다. PSG전에는 뭔가 좀 다르게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스페셜한 수술이었다. 의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환자는 사망했다. 그래서 결말은 좋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는 조금 다른 경기 계획을 세웠고 성공에 아주 가까웠다"고 강조했다. 토트넘은 8일 바이에른 뮌헨과의 마지막 리허설에서 0대4로 대패했다.
2025~20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16일 개막된다. 토트넘은 이날 오후 11시 안방에서 번리와 개막라운드를 치른다. 프랭크 감독은 "선수들과 우리 모두의 표정을 보면 알겠지만 크게 실망하고 있다. 우린 더 강해져야 한다. 24시간 정도는 실망감이 있겠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고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토요일 경기를 잘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프랭크 감독은 'TNT 스포츠'를 통해선 "스쿼드를 강화하고 싶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렇다. 대체적으로 팀 구성엔 만족하지만, 이적 시장이 닫히기 전에 팀을 더 강하게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