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료의약품(API, 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 비축을 통한 '보건 안보' 강화에 나섰다. 원료의약품이란 완제의약품의 주성분으로, 실제 약리약효를 발휘하는 물질이다.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가의 보건 및 안보 이익에 매우 중요한 의약품 26개의 명단을 작성하고 이런 의약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료의약품(API) 6개월 치를 비축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비축하는 API는 가능한 한 미국 내 제조사에서 조달해야 한다.
첫 임기 때인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의약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원료 의약품 전략 비축고'(SAPIR) 신설을 처음 지시한 바 있다. 이후 행정부는 2022년 필수 의약품 86개 명단을 작성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에서 그 명단을 업데이트하고 두번째 비축고 건립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백악관은 미국에서 처방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료의약품의 오직 10%만 미국에서 생산돼 해외 공급망 차질에 취약하며, 때로는 적대적인 국가에 원료의약품 수입을 의존하고 있어 필수 의약품이 부족해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완제약보다는 더 저렴하고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 더 긴 원료의약품을 비축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 현지에서는 이번 정책이 높은 의약품 관세 부과 예고와 함께 이뤄진 것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대폭 인상해 제약회사들이 미국 내 생산을 늘리도록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관세 인상이 소비자 약가 부담 상승은 물론 제약사들의 시장 철수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번 원료의약품 비축이 미국 제약 산업의 내실 강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전략적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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