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작년에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인태는 지난해 1년을 강제로 쉬었다. 지난해 야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오재원 스캔들'에 연루된 것. 김인태는 오재원의 강압에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은 두산 현역 선수 8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김인태는 두산 대선배였던 오재원의 강요를 못 이긴 대가로 지난 시즌을 거의 통째로 날리는 동시에 KBO로부터 사회봉사 80시간 징계를 받았다. 야구선수로 전성기 나이인 서른 살 시즌에 벌어진 일이었다.
공백기를 견딘 김인태는 이를 악물고 올 시즌을 준비했다. 79경기에서 타율 0.234(128타수 30안타), 2홈런, 18타점, OPS 0.713을 기록하며 차근차근 다시 정상궤도로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은 그라운드보다 더그아웃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지만, 더그아웃에서 크게 파이팅을 외치며 늘 밝게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보통 타자들은 선발로 뛸 때 많은 타석 기회 속에서 기록이 더 좋은 편인데, 김인태는 올해 대타일 때 더 빛이 난다. 올해 대타 타율 0.357(42타수 15안타), 2홈런, 13타점을 기록하며 승부처마다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김인태는 16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또 한번 대타로 일을 냈다. 두산이 2-3으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 KIA는 마무리투수 정해영을 내리고 조상우로 교체한 상황이었다. 강승호의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김인태는 초구 볼을 지켜본 뒤 2구째를 통타해 우익선상 2타점 2루타로 연결했다. 4대3 승리와 두산의 3연승을 이끈 그의 생애 첫 끝내기 안타였다.
두산 선수들은 너도나도 생수통을 들고 와 김인태에게 뿌리며 극적인 역전승을 이끈 동료를 축하했다. 김인태는 모처럼 활짝 웃으며 올 시즌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김인태는 "정신없었다. (김)택연이를 믿고 있었는데, 홈런을 맞을지 몰랐다. (9회초) 홈런으로 동점이 되자마자 뒤에 또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뒤로 갈수록 불펜에서 좋은 투수들이 나오기 때문에 일단 빠른 공을 먼저 생각했는데, 마침 초구가 볼이 되는 바람에 조금 더 자신 있게 빠른 공을 노렸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첫 끝내기 상황을 되돌아봤다.
벤치에 머무는 동안에도 언제든 타석에 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상대 불펜을 지켜본다. 누가 몸을 푸는지, 누가 나올지 상상하며 한 타석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준비하는 편이다.
김인태는 "마운드에 있는 투수를 상대할 준비도 하지만, 불펜에 누가 있는지도 확인하는 편이다. 마침 타석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두 번째 마운드 방문을 하길래 무조건 (투수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 뒤에 나올 투수도 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나도 (대타 성적이 좋은 게) 신기하다. 준비는 나름 똑같이 한다고 하는데, 결과가 뒤에 나오는 게 더 좋아서 이렇게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게 참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이틀 KIA 마무리투수 정해영을 끌어내리고 끝내기 승리를 거둔 것과 관련해서는 "요즘 우리 경기를 보면 쉽게 지는 경기가 없었다. 끝까지 한 점, 한 점 따라붙는 경기가 많았다. 일단은 많이 이겨야 하지만, 또 쉽게 안 져야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릴 때도 그렇게 봐 왔고, 그 팀 컬러가 조금씩 나오는 것 같아 기분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인태는 "작년에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그 상황에서 나름 공백도 있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많이 노력을 더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게 지금 조금씩 나오는 것 같아서 좋기도 하고, 초반부터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또 계속 아쉬움도 남는다"며 이제는 공백기 여파가 없길 기대했다.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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