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역시 거물급 메이저리거는 감독을 상대하는 자세가 다르다. 감독과 선수는 복종이 아닌 합의의 관계다.
뉴욕 양키스 거포 애런 저지와 애런 분 감독 사이에 우익수 복귀를 놓고 미묘한 입장차가 나타났다. 결국 분 감독이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는 일이 벌어졌다.
애런 분 감독은 20일(이하 한국시각) 라디오 방송사 WFAN과 가진 인터뷰에서 "저지가 외야수로 복귀하는 스케줄은 아직 모르겠다. 올시즌 언젠가 그가 평소처럼 하는 송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드에 나가면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저지는 오른쪽 팔꿈치 굴근(flexor) 염좌로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가 지난 6일 복귀해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있다. 그의 원래 포지션은 우익수인데, 대신 지안카를로 스탠튼, 코디 벨린저, 호세 카바예로가 번갈아 맡고 있는 상황이다.
저지는 이번 시즌 내로 우익수로 복귀해 포스트시즌서도 수비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분 감독과 당사자인 저지 사이에 우익수 출전을 놓고 미묘한 입장 차가 생긴 것이다.
분 감독의 발언은 전해 들은 저지는 이날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현지 매체들에 "감독님이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모르겠다. (복귀 후)지난 2주 동안 감독님은 내가 송구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난 100% (외야수로)돌아올 것임을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저지는 IL 등재 후 막바지 재활을 하던 이달 초보다 현재 팔꿈치 상태가 양호하다고 했다. 당시에는 60피트 캐치볼도 어려웠는데, 지금은 250피트를 두고 전력 송구를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자 분 감독이 입장을 살짝 바꿨다.
WFAN 인터뷰를 마치고 스타인브레너필드 프레스룸으로 돌아온 분 감독은 "저지가 돌아와 70~80%의 정도 힘으로 던질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아까 얘기한 것은 그가 돌아와서 예전 우리가 알던 그런 송구를 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거였다"면서도 "이번 시리즈는 힘들고 다음 시리즈(보스턴 레드삭스)에 외야에서 그를 볼 가능성은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양키스는 20~21일 탬파베이와 원정 2연전을 마치면 22~25일 양키스타디움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와 4연전을 벌인다. 그때 저지가 우익수로 복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확정된 건 없다.
저지는 "나는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몸 상태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워 하고 부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한다. 남은 8월과, 9월, 10월에 모든 경기에 외야로 나가도록 하겠다. 그래서 난 현명하게 준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저지는 부상에서 돌아온 뒤 11경기에서 타율 0.229(35타수 8안타), 2홈런, 6타점, OPS 0.855를 기록 중이다. 이전의 폭발력을 아직은 찾지 못한 상태다. 올시즌 성적은 타율 0.333(412타수 137안타), 39홈런, 91타점, 96득점, OPS 1.134다.
양키스는 저지가 우익수를 맡아야 선수들 활용폭이 유연해진다. 저지가 지명타자를 맡는 바람에 스탠튼의 입지가 좁아졌다. 스탠튼은 최근 부상 때문에 3경기에 결장했다가 이날 탬파베이전에 4번 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스탠튼은 양쪽 팔꿈치가 아파 지난 6월 중순이 돼서야 시즌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난 12~14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3연전에 연속 우익수로 출전했던 그는 이후 3경기에 결장했다. 이번에 통증을 느낀 부위가 어디인지 밝혀지지는 않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