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올해 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을까. 객관적으로는 희박한 확률이다.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통계 전문 팬그래프스의 예측치를 보자. 스티머(Steamer)는 이정후가 올해 11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5, 11홈런, 8도루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또 다른 시스템 ZiPS는 103경기에서 타율 0.279, 7홈런, 2도루를 예측했다. 두 예측 시스템을 종합하면 이정후가 올해 10홈런을 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실제 이정후는 5월 중순 시즌 6호 홈런을 기록한 이후 3개월 넘게 대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가 7호 홈런을 날리면서 두 자릿수 '희망'이 다시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이정후는 20일(이하 한국시각)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 리드오프 중견수로 출전, 시즌 7호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1회초 첫 타석에서 홈런포를 뿜어냈다.
샌디에이고 우완 선발 닉 피베타를 상대로 원스트라이크에서 2구째 한복판 살짝 높은 코스로 날아든 94.6마일 직구를 가볍게 끌어당겨 우중간 펜스를 살짝 넘겼다.
발사각 27도, 타구속도 101.8마일, 비거리 400피트짜리 시즌 7호 홈런. 이정후가 홈런을 날린 것은 지난 5월 15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서 7회 우측으로 날린 투런포 이후 무려 97일, 77경기, 315타석 만이다.
이정후가 홈런을 빼앗은 피베타는 전날까지 24경기에서 141⅓이닝을 던져 12승4패, 평균자책점 2.87, 144탈삼진, WHIP 0.948을 기록한 샌디에이고의 에이스. 이정후가 공격적인 자세로 실투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이정후는 세 번째 타석에서 또 다시 장타를 터뜨렸다. 1-3으로 뒤진 5회초 1사후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피베타의 3구째 93.9마일 한가운데 직구를 놓치지 않고 공략해 우중간에 떨어지는 라인드라이브 2루타를 터뜨렸다.
발사각 12도, 102.7마일의 속도로 날아간 타구는 중견수 라몬 로리아노 옆에 떨어졌고, 이정후는 여유있게 스탠딩으로 2루에 안착했다. 시즌 29호 2루타로 이 부문서 전체 공동 12위, NL 공동 6위에 랭크됐다.
8경기 연속 안타 행진에 성공한 이정후는 타율 0.262(451타수 118안타), 7홈런, 47타점, 61득점, 10도루, 출루율 0.325, 장타율 0.417, OPS 0.742를 마크했다. 타율은 지난 6월 18일 이후, OPS는 6월 20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팬그래프스가 예측한 수치와 비교하면 홈런과 도루는 대강 들어맞았고, 타율은 다소 처진 느낌이다. 그러나 후반기에 되찾은 타격감을 이어간다면 2할7푼대 타율도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정후는 8월 들어 출전한 17경기 중 16경기에서 안타를 쳤다. 8월 타율 0.344(64타수 22안타), OPS 0.936을 마크 중이다. 8월 타율은 양 리그를 합쳐 13위에 해당한다.
만약 이정후가 홈런 3방을 추가해 시즌 10개 고지에 오른다면 '올어라운드 플레이어(All-around Player)'로 공인받을 수 있다. 바로 '2루타 10개, 3루타 10개, 도루 10개, 홈런 10개'를 각각 달성하게 된다는 얘기다. 홈런은 3개가 남았다. 2루타, 3루타(10개)와 도루는 이미 두 자릿수에 도달했다.
한 시즌 '2루타 10개, 3루타 10개, 10도루, 10홈런'을 달성하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올시즌에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코빈 캐롤(2루타 22개, 3루타 16개, 27홈런, 17도루)과 보스턴 레드삭스 재런 두란(2루타 34개, 3루타 12개, 12홈런, 20도루)이 먼저 도달했다. 이 기록은 작년 4명, 2023년 2명, 2019년 1명, 2017년 1명, 2015년 2명으로 최근 10시즌 동안 10차례 밖에 없었다.
추가적으로 이정후와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2루타 16개, 3루타 8개, 44홈런, 17도루),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잭 맥킨스트리(2루타 18개, 3루타 9개, 10홈런, 19도루) 등 3명이 더 가세할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이정후가 홈런 3개를 보탤 가능성은 오타니가 3루타 2개, 맥킨스트리가 3루타 1개를 더 치는 것보다 더 낮다고 봐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