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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쎈돌' 이세돌이 구리(古力) 9단과 함께 세계 정상을 다투던 시절, 둘은 반상 위의 끝장 승부 '10번기'를 진행했다. 10번기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두 기사가 자존심을 걸고 열 번의 대국으로 맞붙는 진검승부를 말한다. 4번째 승부를 진행하기 위해 이세돌의 고향 전남 신안군을 찾은 구리는 이세돌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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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은 1983년 신안의 작고 아름다운 섬 비금도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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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코치를 해주는 것도 아니었고, 어디서 정답을 엿볼 수도 없었다. 매일 묘수를 풀고 바둑판을 바라보며 스스로 묻고 답하는 시간이 곧 나의 스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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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이세돌, 인생의 수읽기'(웅진지식하우스)는 일종의 처세서이자 바둑기사 이세돌의 회고록이다. 살면서 겪었던 인생의 주요 순간과 승부처, 그리고 그런 경험 속에서 채굴한 깨달음의 정수를 담았다.
인생의 절정인 마흔을 넘기고, 한때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있었던 이가 써 내려간 처세서의 중량은 흔한 자기계발서의 무게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책에는 밑줄 긋고 싶은 구절이 차고 넘친다.
그가 진행한 수많은 대국 중에서도 대중에게 각인된 승부는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대국이다. 당시 프로무대에서 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던 이세돌은 알파고와의 대국을 통해 자신감을 획득하려 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최근 나온 알파고의 기보가 그 증거였다. 그는 기보를 꼼꼼히 살펴본 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주변의 AI 전문가는 '알파고가 5개월 전 둔 기보는 의미 없으며 이미 인간이 이기기 힘든 수준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지만, 이세돌은 그의 고언을 새겨듣지 않았다. 오히려 알파고와의 대국을 아내에게 바치는 '결혼 10주년 기념 선물'로, 자신감 획득의 기회로, 세계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행운'으로 여겼다.
그러나 알파고와의 대전은 생각지 못한 삶의 위기를 그에게 안겼다. "그저 운 좋게 얻은 것은 인생이 파놓은 함정일 수 있다"는 옛 성현들의 말은 정말 참에 가까웠다. 알파고에 내리 두 판을 진 그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벽을 느꼈다고 한다.
"밤새 복기하며 느낀 것은 알파고가 우리(인간)보다 우위에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긴 시간 이어진 복기에도 알파고의 실수를 찾아볼 수 없었다. 막막함, 좌절감, 절망감은 물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이 나를 덮쳐왔다. 오랫동안 일인자를 유지하셨던 선배 기사님께서 '이건 이길 수 없는 거야. 편하게 두면 될 것 같아'라는 말을 전해왔다. 이제는 알파고의 우위를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다."
그는 4국에서야 비로소 바둑계에서 신의 한 수로 회자하는 '백 78수'로 알파고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으나 종합전적에선 1승4패로 완패했다.
'인간이 주도하는 바둑의 시대는 끝났구나.'
알파고와의 대전에서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한계를 본 이세돌은 그로부터 2년 뒤, 서른여섯 나이로 은퇴를 선언했다. 1995년 7월 입단했으니 24년 4개월 만이었다. 통산 전적은 1천903전 1천324승 3무 576패.
그는 "결국 바둑도 인간의 두뇌 리듬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30대 중반을 넘기면 내리막이 시작된다"고 회고했다.
"은퇴 결정은 마치 한 수를 선택하는 일과도 같았다. 흐름을 읽고 물러날 때를 아는 것. 그것이 내가 바둑에서 배운 태도였다. 바둑판 위든 인생이든 결국 중요한 것은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결단의 감각이었다."
책에는 이 외에도 2연승을 한 후 평정심을 잃고 내리 3판을 져 LG배 세계기왕전 우승 트로피를 놓친 경험(이창호 9단과의 대결), 이 패배를 토대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법을 "애써" 연습해 이듬해 승리한 후지쓰배 결승(유창혁 9단과의 대결) 등 롤러코스터를 타는 바둑과 인생 이야기가 담겼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정수(精髓)는 삶의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저자의 깨달음이다.
"정상에 오른 이들은 늘 이긴 사람이 아니라 수없이 쓰러지고도 다시 일어선 사람이다. 그렇게 바둑은 실패를 통해 한 걸음씩 자신만의 생각을 쌓아가는 축적의 예술이 된다…그래서 패배는 끝이 아니다. 그것은 멈추라는 신호가 아니라 다음 방향을 묻는 질문일 수도 있다."
324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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