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복불복' 고춧가루에 떨어야 하나.
선발 투수가 누구냐에 따라 팀이 완전히 달라져버린다. '제발 우리에게 걸리지 마라'고 기도라도 해야 할 판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후반기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윕, 위닝 시리즈를 하며 살아날 것 같으면 그 상승세가 오래 가지 못하고 주춤한다. KT 위즈,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에서 연속 위닝 시리즈를 하며 안정세에 접어드나 했더니, 지난 주말 삼성 라이온즈에 3연전을 모두 내주고 말았다. 8월 초에도 NC 다이노스 3연전을 다 잡더니, 그 다음 두산 베어스 3연전 스윕을 당할 뻔 하다 마지막 경기에서 천신만고 끝에 김택연을 무너뜨리며 역전승했다.
키움이 후반기 들어, 전반기보다 안정적으로 승수를 쌓는 건 외국인 원투펀치 역할이 크다. 알칸타라가 에이스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고, 새롭게 합류한 메르세데스도 3경기 연속 선발로서 자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난 21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알칸타라는 지난해 두산 베어스에서 팔꿈치 부상 이슈가 있었지만, 건강하게 돌아와 우리가 알던 특급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어떤 팀도 알칸타라가 나오면 쉽지 않다. 키움이 꼴찌팀이라고 무시하고 덤볐다가는 큰 코 다친다. 최근 두 경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14일 SSG 랜더스전 7이닝 무실점, 20일 KIA 타이거즈전 8이닝 1실점 완벽투였다. 150km가 넘는 직구가 안정적으로 꽂히는 가운데 슬라이더와 포크볼이 춤을 춘다.
메르세데스는 그야말로 '흑마구'다. 구속은 140km 초·중반대지만, 쉽게 설명하면 공을 가지고 놀 줄 안다.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이게 웬 떡이냐'고 덤볐다, 눈 앞에서 공이 사라진다. 변화구 구사와 경기 운영 능력이 훌륭하다. 생소함도 무기다.
키움은 두 사람을 붙여 로테이션을 돌린다. 정말 '죽음의 순위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올시즌 '승점 자판기'였던 키움을 빨리 만나고 싶다가도, 운이 없어 알칸타라와 메르세데스를 둘 다 만나면 '재앙'이 될 수 있다. 지난주 KIA가 그랬다.
반대로 삼성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국내 선발 하영민, 정현우, 김연주를 만나 3연승을 챙겼다. 엄청난 이득이었다. 이처럼 키움의 로테이션에 따라 순위 경쟁팀들의 희비가 엇갈릴 조짐이다. 특히 9월에는 경기가 띄엄띄엄 있다. 두 사람의 등판이 집중될 수 있는데, 하루 차이로 원투펀치를 만나느냐 안 만느냐가 갈린다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이번주 키움이 1,2위 선두 경쟁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한화 이글스, LG 트윈스를 차례로 만난다. 로테이션대로라면 한화는 알칸타라-메르세데스-하영민 1~3선발과 맞붙어야 한다. 반대로 주말에 키움을 만날 LG는 정현우와 5선발, 그리고 4일 쉰 알칸타라를 만날 전망. 선발 싸움에서는 한화보다 유리할 수 있다.
과연 키움발 '복불복' 고춧가루가 올시즌 순위 경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