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3관왕이 확실하다고 했는데, 이러다 신인상마저 위태?
KT 위즈 '한국의 트라웃' 안현민이 심상치 않다. 상대 견제 때문인지, 체력 때문인지 상승세가 꺾인 게 확연하다.
안현민은 KT를 넘어 올시즌 KBO 리그 최고의 '히트 상품'.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지만, 5월1일 두산 베어스전 상대 마무리 김택연을 상대로 친 그림 같은 홈런포를 신호탄으로 단숨에 KT 중심 타자로 거듭났다.
근육질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괴력의 타구는 보는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장타도 장타지만, 내야를 빠져나가는 타구의 스피드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여기에 안현민의 최고 강점은 컨택트 능력과 선구안. 삼진은 적고 볼넷은 많은 홈런타자라니,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선수였다.
정말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홈런은 경기 수가 부족하고, 삼성 라이온즈 디아즈가 너무 독보적으로 치고 나가 따라잡기 힘들었지만 타율, 출루율, 장타율 등 비율 기록에서 엄청난 성적을 냈다. 그리고 후반기 규정 타석에 진입했는데, 세 부문 모두 2위 선수들과 격차가 커 '안현민의 3관왕은 따 놓은 당상 아니냐'는 확신에 찬 목소리가 나왔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컨택트 능력이 좋아 슬럼프에 빠질 확률이 적어 보이니,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갈 걸로 보였기 때문이다. 신인상은 기본이요, MVP 후보로까지 언급됐다.
하지만 안현민도 사람이었다. 입단 후 풀타임은 처음. 체구가 워낙 건장하니 지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경험 부족과 무더운 날씨 속 서서히 지쳐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종아리에 탈이 나기도 했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많이 뛰어 생기는 후유증이었다.
여기에 상대 견제도 극심해졌다. 이강철 감독은 안현민이 냉철한 스타일이라고 극찬해왔지만 사람인 이상 욕심이 생기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10경기 기록이 안현민의 현 상태를 보여준다. 타율 2할6푼5리 홈런은 없고 타점만 3개 뿐. 뜨거웠던 7월 성적을 보면 바로 비교가 된다. 7월 타율 4할4푼1리 5홈런 14타점. 월간 MVP를 수상했다. 그런데 8월 들어 침묵하고 있다.
그 사이 장타율 부문은 디아즈에게 역전을 당했다. 장타율이 5할8푼5리로 떨어진 가운데, 디아즈는 6할1푼3리다. 출루율은 4할5푼3리로 안정적 1위지만, 문제는 가장 중요한 타이틀 타율이다. 3할6푼대에 달하던 타율이 3할4푼5리까지 떨어졌고, 3할3푼3리의 두산 양의지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삼성 김성윤, 롯데 자이언츠 레이예스도 더 올라올 수 있는 선수들.
만약 타격 타이틀까지 다른 선수들에게 내준다면 MVP는 커녕, 신인상 수상에도 먹구름이 낄 수 있다. 유력한 경쟁자 LG 트윈스 송승기는 이미 10승을 달성했다. 팀도 1위를 질주중이다. 만약 정규시즌 우승을 한다면 팀 성적 어드밴티지가 주어질 수밖에 없다.
과연 안현민이 8월의 슬럼프를 이겨내고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 선선해질 가을 날씨를 기다리고 있지만 8월 말인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