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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폭싹' 여우조연상 염혜란 "'청룡'은 꿈의 무대..25년 전 꿈꿨던 일 이뤄졌어요"(제4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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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염혜란이 제4회 청룡시리즈어워즈의 여우조연상 주인공이 됐다. 애순이를 따뜻하게 안아줬던 광례처럼, 따뜻한 미소로 수상소감을 건넨 그에게 뜨거운 납득의 박수가 쏟아졌다.

최근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스포츠조선 사옥에서 다시 만난 염혜란은 7월 18일 시상식 당일을 떠올리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난해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도 '마스크걸'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 수상이 불발됐던 염혜란은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제4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마침내 트로피의 주인이 되며 감동을 더했다. 염혜란은 "작년에 상을 못 받아서 특히 마음을 비우고 왔다. 누가 받아도 상관이 없는 마음이라 완전히 마음을 비웠다. 오히려 아이유 씨가 꼭 상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작품이 상을 받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염혜란에게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안긴 심사위원들은 "'폭싹'은 염혜란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초반을 오롯이 몰입하게 만들어준 배우"라고 엄지를 들었다. 이에 염혜란은 "민망하기는 하다"며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은 캐릭터인데, 이렇게까지 성원해주시고, 주목받을 줄은 몰랐다. 반응이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그래서 더 민망한 게 있다. 시상식이 민망한 것이 경쟁구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1등 같은 느낌으로 받게 되더라. 그래서 저는 후보 분들께도 꼭 감사를 표하고 싶었는데, 그 말씀은 드리지 못했다. 수많은 여우조연 배우들이 많은데, 그분들과 함께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상까지 받은 것이라 어마어마한 일이었다"며 감격을 표했다.

염혜란은 "'폭싹'을 염혜란을 빼고 얘기할 수 없다"는 심사위원 평에 대해 다시 감사를 전하면서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감사하게 생각하고, 즐겁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음 작품은 아마 이런 폭발력을 못 보여드릴 수도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될 수도 있고, 또 제가 익숙하지 않아서 서툴 수도 있고 도전이 필요하다면 필요해서 부담이 되기도 한다. 더 좋은 칭찬을 받을 수 있을지 부담도 되지만, 그걸 감사히 받아들이는 것도 저의 숙제인 것 같다. 이런 일이 얼마나 있겠나. 여러 박자가 맞아서 수상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함께하는 배우도 그렇고, 제작진도 그렇고, 많이 봐주셔야 되는 부분이다. 이런 조합은 오기 어렵고, 안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상식 당시 염혜란은 아이유의 여우주연상 호명에 두 팔을 벌리고 안아주면서 보는 이들을 훈훈하게 만들기도 했다. 염혜란은 "(아이유의 수상이) 너무 행복했다. 워낙에 잘하기도 했는데, 제가 현장에서 많이 만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그런데 시상식에서라도 우리 팀을 보니 너무 반가웠고, 이번에는 상을 받으니 진짜로 행복했다. 아이유 씨와 그렇게 친분이 없는데도 안아주고 싶었다. 너무 축하하고 싶어서 팔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또 저희 팀이 대상을 받아서 다같이 무대에 오른 것도 행복했다"며 웃었다.

다시는 안 올 수도 있는 조합이기 때문일까. '폭싹 속았수다'는 염혜란에게 아주 소중한 작품이 됐다. 그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들이 비중을 상관하지 않고 다 출연해주시고, 기꺼이 함께해주신 분들이 너무 많았다. 제작진 분들도 엔딩크레딧을 보면 정말 많은 분들이 이 작품에 참여하고 공들였다는 게 느껴지니 그분들 덕에 제가 조금 더 광례다워질 수 있고, 돋보일 수 있던 작품이라 생각한다"며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말할 수 없이 기뻤고, 너무 훌륭해서 여운이 남은 대본이다. 그러다 보니 촬영 후에 반응이 있을 때에도 마음이 자꾸 들뜨기도 했지만, 다행히 다른 작품의 촬영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조금은 멀어질 수 있었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땅 밑으로 내려와!'라며 저를 잡아서 내려놨을 것 같다"고 했다. '폭싹 속았수다'를 향한 좋은 반응 덕에 행복한 일상을 보내기도 했지만, 들뜨지 못하게 자신을 바닥으로 계속 눌러왔다는 것. 그러나 이 작품을 통해 수상의 영광까지 안으면서 최고의 한해를 보내게 된 그다.

최근에는 감독들이 사랑하는 배우로 떠올랐다. 연극을 통해 데뷔한 염혜란은 최근에는 영화, 드라마 등에서 무한 활약하며 감독들이 줄지어 찾는 배우가 됐다. 존재만으로도 극의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믿고 보는 배우'의 위치를 확실히 차지했다. 염혜란은 "운이라고밖에 말을 못하겠다. 처음에는 '이쪽 이미지로 굳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시점도 있었고, '어떻게 하면 나의 다양한 모습을 봐주실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낯선 배우가 이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저를 찾아와주시는 부분도 있는데, 앞으로는 제 얼굴이 익숙해지면서 놓치는 작품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다양해지고 있기에 저도 혜택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2000년 데뷔 이후 25년의 세월이 흘렀고, 염혜란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가 됐다. 염혜란은 "시상식에 올 때마다 드는 생각이, 제일 처음 시상식에 왔을 때가 생각이 난다. '아이 캔 스피크'라는 작품으로 제38회 청룡영화상에 왔을 때였는데, 모든 게 낯설었고, '이 배우는 어디서 나왔나? 어디에 출연하셨나?' 했을 것이다. '아이 캔 스피크'라서 개량한복을 입고 왔었는데, 그래서인지 '어떤 분인가' 하는 시선이 생각이 난다. 또 연극을 했을 때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시상식을 본 적이 있다. 진짜 어릴 때였는데, 연극 분야 시상식을 보면서 '나도 저 자리에 설 수 있을까' 했던 시절이 생각이 난다. 내가 진짜로 여기에 서게 될지, 상을 받을지 정말 몰랐고 꿈만 같던 순간이라는 걸 느낀다. 선배들이 웃으면서 '너도 받을 수 있어'하면서 농담하시던 것도 생각나는데, 지금 제가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수상을 했다는 게 신기하다"며 웃었다.

그래서 염혜란에게 '청룡'은 꿈의 무대가 됐다. 그는 "다들 꿈의 무대지 않나. 저에게도 꿈의 무대였다. 그래서 사실 상을 받았다는 것이 제가 움츠러들 때마다, 제가 의심이 될 때마다, 내가 작아질 때마다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느낌이 들고 그래서 제가 힘을 얻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너에게 상을 주시는 분들은 바보냐?'라는 생각이 든다. '왜 나는 이걸 못했을까, 왜 못할까' 위축이 될 때 '훌륭한 상을 받았는데, 그럼 그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너잖아. 그럼 이것도 해낼 수 있지 않을까?'하면서 자신감을 가지라고 북돋아주는 의미기에 상의 의미가 엄청나다"고 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상의 존재감은 잊으려고 노력한다는 그다. 염혜란은 "제가 상을 모아두는 곳이 있는데, 사실은 이제 그 상을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워야 되나 생각도 든다. 상을 잊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빨리 돌아와서 집중할 수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한다. 앞으로 다가오는 저의 과제들을 잘 수행해야 하고, 그렇지 않게 되더라도 타이틀을 얻게 됨으로써 조금의 '어깨 뽕'이 생기지 않나. 격려도 되지만,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이 저를 우쭐하게 만들 수도 있기에 상을 받고 나서는 잊으려 한다. 물론 지금은 상을 잊으려고 하지만, 또 힘들 때면 항상 꺼내보고 기억하려고 하는 거다"라고 했다.

염혜란은 올해 '폭싹 속았수다'에 이어 '서초동', '84제곱미터', '어쩔수가없다'로 쉼없이 안방과 스크린을 노크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없어서는 안 될 배우로 자리잡은 염혜란의 앞길에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