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한국에 합류하겠다는 강한 의지, 책임감을 보여준 점을 높이 평가했다."
사상 최초로 혼혈 선수에 문을 연 홍명보호.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은 독일 태생 한국-독일 이중국적자이자 다문화 선수인 옌스 카스트로프(22·묀헨글라드바흐) 발탁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독일인 아버지-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독일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고, 성인 대표팀 잠재 발탁 후보군까지 거론됐던 그는 설득을 뿌리치고 '어머니의 나라'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분데스리가 차세대 선수로 꼽혀온 그가 보여줄 기량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카스트로프는 휴가 기간 가족들과 한국을 방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토종 한국인'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한국 음식, 문화에 익숙하고, '외가집 방문'을 통해 한국의 환경도 알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카스트로프는 독일어 외에 영어도 구사할 수 있으나 한국어는 아직 초급 수준. 카스트로프는 대한축구협회로 소속을 변경하고 여권을 발급받은 뒤 한국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아 문화를 경험한 것과 대표팀 적응은 다른 문제다. 선수들은 '축구'라는 공통의 언어를 사용하지만, 세밀한 전술, 코칭스태프 지시, 동료와의 콤비네이션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적 소통이 필요하다. K리그를 주름잡다 해외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맞닥뜨리는 첫 관문이자,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 생활 적응에 어려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카스트로프의 대표팀 활약 최대 관건도 결국 효율적 소통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손흥민(33·LA FC)의 역할에 기대가 모아진다.
손흥민은 독일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 2008년 함부르크SV 유스팀에 입단해 2010년 성인 무대에 데뷔, 2013년 바이어 레버쿠젠으로 이적해 2015년 여름까지 활약했다. 7년여의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독일어를 완벽하게 마스터했다. 함부르크 유스 시절 독일어를 빠르게 습득해 성인팀 콜업 후 감독 및 동료들에게 큰 사랑을 받기도. 레버쿠젠 시절엔 독일 TV쇼에 출연해 막힘 없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기도 했다. 레버쿠젠을 떠난 뒤 영어권인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하면서 '유창한 독일어'를 활용할 기회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토트넘 시절에도 독일어에 익숙한 동료들과 소통하면서 감각을 익힌 바 있다. 이런 손흥민의 존재는 카스트로프가 대표팀에 안착할 수 있는 가장 큰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비슷한 경우도 있었다. 독일 태생인 차두리 화성FC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유창한 독일어 실력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과 다이렉트 소통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대학생 신분 막내였음에도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가위차기슛을 시도하는 등 큰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었던 배경엔 '언어의 힘'이 적지 않았다.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뒤에도 어렵지 않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손흥민은 그동안 대표팀 주장 완장을 차고 리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다가올 미국, 멕시코와의 9월 A매치 2연전에선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주장 변경에 대해 "그 부분은 우리가 계속 생각을 하고 있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개인을 위해서도 그렇고 팀을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며 "지금 시작부터 주장을 바꾼다 안 바꾼다 그런 결정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팀을 위해서 어떤 선택이 가장 좋을지는 꾸준히 고민을 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전처럼 손흥민이 선수들 전면에 나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팀내 고참으로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중심을 잡는 역할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팀 내에서 카스트로프와의 소통 과정에서 손흥민이 적잖은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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