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강민호)형이랑 장난도 치고 즐겼어야했는데…오늘은 경기 전에 말도 안했다."
그라운드 위에선 치열한 적수로 맞섰다. 경기가 끝나고, 승부가 결정되고 나니 다시금 서로를 응원하는 다정한 형제애를 과시했다.
한화는 24일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11대2로 완승, 최종 3승2패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숨돌릴틈 없이 오는 26일부터 잠실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에 임하게 된다.
손아섭에겐 정말이지 의미 깊은 한해가 됐다. 2007년 입단 기준 19시즌만, 4월 7일 현대 유니콘스전 데뷔 이래 6776일만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발게 됐다. 생애 4번째 플레이오프에서 마침내 관문을 뚫어냈다.
경기가 끝난 뒤 손아섭이 직접 강민호를 찾아왔다. 두 사람은 따뜻하게 서로를 포옹했다.
평소 맞대결이 있을 때면 경기 전후로 짧은 만남을 갖는 그들이다. 하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2승2패로 맞선 플레이오프 5차전의 긴장감은 그만큼 컸다.
손아섭은 "평소엔 경기 전부터 막 서로 장난도 치고 했는데,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 오늘은 내가 멋지지 못했다"며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강민호는 "니, 몇년만에 한국시리즈 갔노?"라고 물었고, 손아섭은 "올해가 19시즌째"라며 밝게 웃었다. 강민호는 "내보다 2년 빠르다. 난 21시즌째였는데"라며 껄껄 웃었다.
이어 "이제 난 응원하는 입장이 됐다. 힘들게 올라간 만큼 한국시리즈까지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좋은 기회"라면서도 "쉽지 않을 거다. 그리고 그렇게 지면 진짜 더 슬프다. 나 작년에 한국시리즈 지고 나서 취재진 앞에서 진짜 펑펑 울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강민호는 "모든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최고참으로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올해 너무 밑에서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가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내년에는 좀 더 높은 곳에서 시작을 해서 정말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올겨울 강민호는 생애 4번째 FA가 된다. 이어 '내년에 여기 있나'라는 취재진의 물음에 "여기 있죠"라며 씩 웃었다.
40세의 나이에 풀타임을 소화했고, 이번 플레이오프 11경기에 모두 주전 포수로 마스크를 썼다. 이날 경기 도중 공교롭게도 손아섭의 타구를 글러브를 끼지 않은 오른손에 맞아 부상을 입고 교체됐다.
강민호는 "솔직히 좀 많이 힘들었는데, 힘든 건 핑계일 뿐"이라며 "이 나이에 가을야구의 주전으로 시합을 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호성 배찬승 등등 앞날이 기대되는 선수들이 참 많다. 이런 경험을 잘 쌓아서 좋은 선수로 성장해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손아섭은 "한화 이글스라는 좋은 팀에 온 덕분에 이렇게 소중한 기회가 생겼다. 내겐 정말 행운이고 기회다. 팀에게 감사하고, 동료들이 자랑스럽다.
고맙다"며 웃었다.
이날 경기에 대해선 "4차전에 당해봐서 6점차 났을 때도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며 한숨을 쉰 그는 "그래도 내가 안타 친날은 우리팀이 다 이겼던데, 1회부터 안타를 치면서 느낌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내 야구 인생에 남은 단 하나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아직까지 프로에서 19년 야구하면서 좋든 싫든 눈물 흘린 적이 한번도 없다. 군대 면제 받았을 때도 울지 않았다. 이번에 정말 좋은 결과를 내면 눈물이 나지 않을까? 이 마지막 목표를 이루고, 멋있게 한번 울어보고 싶다."
대전=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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