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구와타 마스미 2군 감독(57)이 28일 갑자기 사퇴를 발표했다. 많은 야구팬들이 인생 만화로 꼽는 일본 야구만화 'H2'의 실제 주인공인 그 구와타가 맞다. 그는 2021년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부름을 받고 15년 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친정팀 요미우리에서 5년을 일하고 떠난다. 1군 투수 보조코치로 시작해 메인 투수코치를 거쳐, 지난해 2군 사령탑에 올랐다. 2년간 후배인 아베 신노스케 1군 감독(46)과 호흡을 맞췄다.
그런데 그림이 좀 이상하다. 구와타 전 감독은 전날까지 미야자키 피닉스리그(교육리그)에 참가해 요미우리 2군을 이끌었다. 요미우리 구단이 프런트직을 제안했으나 사양하고 사퇴를 결정했다. 그는 요미우리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됐던 지도자다.
2군은 유망주를 키우는 육성이 주임무다. 순위가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성적이 좋았다. 올해 이스턴리그(2부 리그)에서 80승2무44패를 기록했다. 2위 세이부 라이온즈에 8경기 앞선 압도적인 1위를 했다. 성적 부진이 경질의 명분이 될 수 없다. 일부에선 올시즌 2군에서 성장해 1군에서 자리 잡은 투수가 없다고 지적한다.
아베 감독 취임 2년차. 올해 요미우리는 2년 연속 우승을 목표로 했다. 매년 그랬다. 우승 못하면 실패한 시즌이 된다. 올해는 시즌 중반부터 힘이 떨어졌다. '숙명의 라이벌' 한신 타이거즈와 센트럴리그 선두 경쟁을 하다가 맥없이 주저앉았다.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에도 밀려 3위를 했다. 70승4무69패. 가까스로 승률 5할을 넘었다. 4번 타자 오카모토 가즈마의 부상 공백이 아쉬웠다.
마지막 반격을 다짐했다. 포스트시즌에 하극상 드라마를 꿈꿨는데 이 또한 허망하게 끝났다. 요코하마와 클라이맥스시리즈 퍼스트 스테이지에서 2연패로 탈락했다. 2차전이 충격적이었다. 1회초 5점을 내고 6대7 9회말 끝내기 패를 당했다.
구와타 감독은 28일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1군 성적 부진의 책임을 2군 사령탑이 지는 이상한 모양이 됐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말이 안 된다. 왜 구와타 2군 감독이 물러나야 하나"라는 얘기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아베 감독이 아닌 구단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내년이 아베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다. 그의 팀 운영 방식, 용병술을 두고 비판이 많았다. 결과를 내지 못하면 질책을 듣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게 감독 자리다. 벌써부터 '레전드' 마쓰이 히데키(51) 차기 감독설이 나돈다.
구와타 감독과 함께 가토 켄 2군 배터리코치도 사퇴했다. 앞서 지난 14일 니시오카 도모히로 1군 수석코치 겸 메인 타격코치(49)가 성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났다. 고마다 노리히로 3군 감독(63)도 유니폼을 벗었다. 성적 부진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구와타 전 감독은 고시엔 스타 출신이다. 오사카 PL학원을 졸업하고 1986년 1지명으로 요미우리에 입단해 21시즌을 던졌다. 요미우리에서 통산 173승을 올리고, 불혹을 앞둔 2007년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2007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으로 19경기에 등판해 21이닝을 던지고 1패3홀드를 기록했다. 2008년 피츠버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고 초청선수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메이저리그 승격이 어려워지자 그해 3월 말 은퇴를 발표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