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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역전패 속 한줄기 위안, 큰 무대에도 기죽지 않는 남자…'대주자→GG 후보' 신민재의 2025년은 더 특별하다 [K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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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데뷔 11년차 육성선수 신화다. 대주자 요원으로 시작해 유력한 2루수 골든글러브 후보까지 왔다.

서른이 눈앞이지만, 여전히 신민재는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

29일 LG는 한화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첫 패배를 당했다. 마무리 유영찬이 무너지며 쓰린 역전패를 경험했다.

그래도 신민재는 빛났다. 2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으로 이날 총 6안타에 그친 빈공 속에서도 LG의 돌격대장 역할을 해냈다. 0-1로 뒤지던 3회초에는 좌중간 동점 적시타 2루타를 날렸고, 6회에는 침착하게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폰세의 위압적인 존재감에도 전혀 눌리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8회에는 내야안타를 추가하며 이어진 폭투 상황 속 추가 득점을 견인했다.

앞서 1차전에도 3안타 3득점 2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고, 2차전에는 머리 위로 넘어가는 어려운 타구를 거꾸로 슬라이딩 캐치로 멋지게 낚아채 상대 추격 흐름을 차단했다. 외야에 박해민, 내야에 오지환이 있는 LG에서 수비로 돋보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신민재는 그 어려운 일을 척척 해내고 있는 선수다.

인천고 출신 신민재는 2015년 두산 베어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육상부'급 스피드 하나 만큼은 인정받았지만, 좀처럼 자기 자리를 찾지 못했다. 2018년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신민재는 그해 겨울 2차 드래프트에서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적 첫해 감격의 1군 무대를 밟았다. 이후로도 간간히 1군에 모습을 보였지만, 점점 나이는 먹고 출전 기회는 갈수록 줄어만 갔다.

흙 속의 진주는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야한다. 신민재에겐 LG 트윈스 이적, 그리고 염경엽 감독과의 만남이 터닝포인트였다.

2023년 염경엽 감독은 선수단 전원에게 '달리는 야구'를 주문했고, 신민재는 주전들의 부상과 부진을 틈타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다. 기대이상의 쏠쏠한 방망이도 인정받았다. 그해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기죽지 않고 안타와 출루를 이뤄내며 소금 같은 역할을 했고, 특히 5차전에서 배정대의 직선타를 잡아내며 29년만의 LG 우승을 자신의 손으로 확정지었다. 이날 9회 잠실구장 전체를 눈에 담으며 감격에 젖는 모습도 잔잔한 감동을 줬다.

2시즌 동안 도루 69개를 성공시킨 뒤 맞은 올시즌에는 공수에 걸쳐 실력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했다. 타율 3할1푼3리 OPS(출루율+장타율) 0.777을 기록한데다 물 샐 틈 없는 수비로 골든글러브 2루수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데뷔 첫 홈런도 기록했다.

염경엽 감독은 신민재에 대해 "겁 없이 달릴 줄 알고, 도루하다 죽어도 기죽지 않고, 다음 기회에 또 뛸 수 있는 선수라서 기회를 줬다"고 말한 바 있다. 주눅들지 않는 신민재의 이런 성격은 큰 무대에서의 활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과 비교해도 마음가짐이 달라진 건 없다. 난 오늘 무엇을 해야하는지만 생각하고 거기에 집중한다. 예를 들면 전날 경기에서 직구 위주로 쳤다고 하면, 다음날 첫 타석에선 최대한 볼을 지켜보며 내게 어떤 볼배합을 가져가는지 살펴본다. 매 경기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내겠다는 생각 뿐이다. 부담을 안 느낄수야 없겠지만, 가능한 마음 편하게, 무리하기보단 평소와 똑같이 하려고 노력중이다."

LG 선수단은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간단한 회식을 하며 팀워크를 다졌다.

한편으로 신민재는 160㎞ 이상의 직구를 던질 수 있는 머신 공을 지켜보며 문동주 폰세 김서현 정우주 등 한화 강속구 투수들을 대비한 훈련에 전념했다. 신민재는 "수비는 김일경 코치님을 만나면서 그동안 배우고 누적됐던 게 눈이 떠진 느낌이다. 날씨는 2년 전이 훨씬 더 추웠던 것 같아서 괜찮다"며 웃었다.

"이제 내 역할은 도루만이 아니다. 한 베이스 더 갈 수 있다 싶으면 거침없이 뛰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